- 걱정거리 없을 것 같은 사람이.... 표정은 왜 그렇게 우울해?
- 응... 가을이 오니... 그런가봐....
그러다 문득,
가을 초입이 되면 한 두 차례 그랬던 것 같다.
이럴 때는
마치 회색 바탕에 그려놓은 그림처럼 아무리 즐거운 모습의 그림을 그려도
내 그림은 우울하다.
벗어나려고 해도 내 허리에는 아주 강력한 자전거 튜브나 고무줄이 감겨있고,
다른 반대편 끝은 우울이라는 쇠말뚝에 묶여 있어서 어느 정도 벗어났다 싶으면
튜브의 강력한 탄력에 의해 다시 끌려가는.... 그러기를 반복하는 내 자신을 본다.
이렇게 쓰나미처럼 이런 검은 기운이 몰려들때의 나는,
조선 시대 사약을 받고 억울하게 죽은 나와 종씨인, 어느 폐비의 후손일런지도 모르고,
양반에게 가축처럼 대우받다가 죽어간 어느 한많은 노비의 자손일런지도 모른다.
그들의 피가 내 몸속에 흘러서
나 자신도 어쩔 수 없는 DNA의 예정된 작용일런지 모른다....
아마 그럴 것이다....
확실하게 그렇다.
<여뀌>
마음이 그래서일지
마음따라 몸도 가라앉아
젖은 옷을 껴입은 듯한 느낌이다.
감정은 거미줄처럼 가늘어 툭툭....
작은 충격에도 끊어져 가슴을 때리고,
내 삶이 불 위의 마른 오징어처럼 오그라드는 듯하다.
언젠가 사주까지 본다는 어느 한의사가
가능한한 따뜻한 음식을 드시고, 밝은 옷을 입으세요.
그 말이 맞을 것도 같다.
억지로라도 밝고 따뜻하게 날 만들어야 하는데,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다.
이런 것들이, 고스란히 주위의 다른 사람들에게 까지 영향을 미치지나 않을런지...
초가을.... 이 시기를 훌쩍 건너 뛰는 방법을 알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