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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수도원에서

 

 먹고 마시고 바둑을 두며 신선놀음하기 위해  하루를 머물렀던 강화도.

날은 상냥하리 만치 청명했고 바닷 바람은 그지없이 살랑거렸다.

맘에 잘 맞는 동창 네명은 일상에 찌들은 때를 벗기듯

맘껏 희희낙락 여유를 만끽하다가

우연히 수도원을 지나게 되었다.

 

 

 

 잠시 동료들과 떨어져 수도원을 들어가 보았다. 살며시...

사람 그림자는 커녕 그 흔한 들고양이 한마리 없었고

수도원 안은 한낮임에도 쥐죽은 듯 정적에 휩싸여 있다.

모두들 수행중인가? 오침 시간인가?

 

수도원 안을 한 바퀴를 둘러보는 동안 이 낯선 남자를 어느 누구하나 제지하는 이 없었다.

그러다가 문득,

누군가 안에서 나와 내 손을 잡아 끌면서 "수행하러 오셨으면 들어오시지요?" 하고 물어볼까  은근히 겁이 났다.

 

 

 

쫓겨날까 겁이 난게 아니라 끌려들어갈까 겁이 난 것이다.

그만큼 세속에 물든 나는.

그 단맛에 취해...... 이젠 끊어낼 수 없을 정도로 내 온 몸을... 헛된 욕망이 감싸고 있음을 느낀다.

 

 

이러다가 내가

단죄를 당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떠 올려본다.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채 어디론가 질질 끌려가는 내 자신을 보기도 한다.

 

신심이 깊은 수도사들과 수녀들의 맑은 눈을 보는 일은 그래서 두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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