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서일지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만일

만약에 말이다.

어느 잘 생기고 멋진 남자가 그것도 지체도 높아 많은 사람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는 사람이

당신에게 치근덕거린다면.....그런데 그 사람이 모든 걸 갖춘 사람인데도 당신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말이다.

더욱이 그가 당신에게 치근덕 거리는 장면이 사진 기자에게 찍혀서 일간지 일면에 크게 나왔고, 일종의 스캔들.

더욱 열 받는 일은 사진 설명을 보니 그 남자가 치근덕 거리는게 아니라 당신이 추파를 던지고 꼬리를 치는 것으로 보도되었다면....

 

 

그녀가 슈트로입레더같은 사람을,

부유할 뿐만 아니라 정계나 재계, 학계에서 거절할 수 없을 정도의 매력 때문에 영화배우만큼 유명한 사람을 거부한다고 하면,

누가 그녀의 말을 믿어주겠는가? 그리고 그녀 같은 가정부가 영화배우 같은 사람을 거절한다고 하면, 그것도 윤리적인 이유에서가 아니라

취향을 이유로 거절한다면, 누가 그녀의 말을 믿겠는가?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는 바로

그런 황색저널리즘에 넌더리가 난 카타리나 블룸이라는 여성의 이야기다.

이 소설은 노벨 문학상에 수상작가인 하인리히 뵐의 1974년 소설이다.

작가 자신도 이런 언론에 많이 피해도 보고 분개했던 사람이기도 하다.

 

카타리나 블룸은 우연히 만난 남자가 피의자 신분으로 쫓기는 신세인줄 모르고 사귀게 된다.

언론에 의해 그녀는 철저하게 그 남자의 도피를 도운 여자로 만들어지고

공산주의자이면서 창녀라는 오명까지 뒤집어 쓰고, 매일 매일 기사로 그녀의 이름이 등장한다. 흥미있는 연재 소설 연재되듯이

자신의 모든 것이, 이를테면 자동차에 기름을 얼마나 쓰고 있는 것 까지, 까발려지고 왜곡되는 끔찍한 경험을 하게 된다.

 

세상에 자신의 모든 것이 발가벗겨지듯 드러나는 것도 두렵고 무서운 일인데,

그것이 자신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왜곡된다면 복장이 터질 일이다.

 

블룸은 마침내 그 기자를 살해하기에 이른다.

얼마나 분노가 치밀었으면 살해한 것에 죄책감도 느끼지 않는다.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작가의 유머가 드러나지만 번역의 한계일지 아니면,언어의 차이가 있어서일지...

매끄럽지가 않아서 아쉬웠다.

 

우리 소설가가 우리 현실로 그대로 옮겨와 우리의 현시점으로하여

소설을 쓴다고 하여도 재미가 있을것 같다는 생각도 해 보았다.

 

* 개념 정의를 두고 그녀와 검사들 혹은 그녀와 바이츠메네 사이에 본격적인 논쟁이 벌어졌다.

카타리나는, 다정함은 양쪽에서 원하는 것이고 치근거림은 일방적인 행위인데 항상 후자의 경우였노라 주장했다.

심문에 참여한 신사들이, 그런 것은 모두 그리 중요하지 않으며 심문이 보통보다 더 오래 걸리면 그건 그녀 탓이라고 말하자,

그녀는 치근거림 대신 다정함이라고 쓰여 있는 조서에는 절대 서명할 수 없다고 했다.

그 차이가 그녀에게는 결정적인 의미를 지니는 것이며, 그녀가 남편과 헤어진 이유 중 하나도 이와 관련 있다는 것이었다.

 

* 그는 다음 면을 읽고, <차이퉁>지가 카타리나는 영리하고 이성적이라는 표현에서

 “얼음처럼 차고 계산적이다.”라는 말을 만들어 냈고, 범죄성에 대한 일반적인 입장을 표명한 말에서는

그녀가 “전적으로 범죄를 일으킬 수 있다.”라는 말을 만들어냈음을 알게 되었다.

 

* 그녀는 이미 목요일에 첫 번째 기사를 읽고 나서 죽여 버리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진술하고 있다.

- 분명히 하려고 애쓰는 바는, 그 자신을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이따금 누군가를 죽여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죽여 버리고 싶다는 생각과 살해 계획은 엄연히 구분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 하인리히 뵐 지음 / 민음사>

'독서일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갇혀 있어도 행복한 이들  (0) 2013.01.07
마음의 풍경  (0) 2012.09.18
사진에 느낌을 담는 방법  (0) 2012.08.19
지리산 행복학교  (0) 2012.07.25
칼비테의 아이 교육  (0) 2012.07.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