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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지

시인들을 위하여~~ 부라보 !!

#.이 시를 좀 보시게나...

어쩌면 자신의 삶에 대해 이처럼 당당할 수 있을까?

아주 오래 전 이 시를 처음 대했을 때 이상하게도 소름이 돋았던 기억이...

이 시를 읽을 때면......지금도....그렇다.

아마도 당시에 읽었던 시인들의 시들이

여리고 감성적인 시들이  대부분이어서 그랬을지도....

 

<해바라기의 비명(碑銘)> - 청년 화가 L을 위하여

 

나의 무덤 앞에는

그 차가운 비(碑)ㅅ돌을 세우지 말라.

나의 무덤 주위에는

그 노오란 해바라기를 심어 달라.

그리고 해바라기의 긴 줄거리 사이로

끝없는 보리밭을 보여 달라.

노오란 해바라기는

늘 태양같이 태양같이 하던

화려한  나의 사랑이라고 생각하라.

푸른 보리밭 사이로

하늘을 쏘는 노고지리가 있거든

아직도 날아 오르는

나의 꿈이라고 생각하라. <함형수>

 

 

#. 내가 좋아하는 풍경하나.

마음에 맞는 사람 한 3-4명이 마주 앉아서 차 또는 도수가 낮은 술을

천천히 마시면서 대화하는 것.

아주 낮은 음악 소리가 감싸주는 그런 곳에서 말이다.

물론 침묵이 서로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사이라면 단 둘이라도 좋겠지만.....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일은 쉬운 일은 아니다.

대화란 서로 듣고 이야기 하고 그것이 탁구치듯 서로 엇갈리는 것이지

일방적인 이야기는 상대방을 힘들게 하기 마련이다.

고민을 풀어놓는 쪽은 얼마나 자신의 속네를 풀어내어 시원할까마는.

 

이 시를 보자 얼마나 남의 이야기를 들어주는게 힘든 일인지....

더구나 일방적인 푸념이라면 더더욱...

 

 <강>

 

당신이 얼마나 외로운지, 얼마나 괴로운지

미쳐버리고 싶은지 미쳐지지 않는지

나한테 토로하지 말라

심장의 벌레에 대해 옷장의 나방에 대해

찬장의 거미줄에 대해 터지는 복장에 대해

나한테 침도 피도 튀기지 말라

인생의 어깃장에 대해 저미는 애간장에 대해

빠개질 것 같은 머리에 대해 치사함에 대해

웃겼고, 웃기고, 웃길 몰골에 대해

차라리 강에 가서 말하라

당신이 직접

강에 가서 말하란 말이다.

강가에서는 우리

눈도 마주치지 말자.

 

황인숙의  시집 <자명한 산책>중에서

 

 

 

#. 정신과 의사들도 다른 사람의 상담을 받아주는 일이

얼마나 힘들면 그들도 정신과 상담을 받는다고 한다.

 

 어떤 말을 못하는 벙어리가 있었는데

다른 사람의 말을 아주 잘 들어주었다고 한다.

벙어리니 자신의 말을 하지 못했음은 물론일테고

다른 사람의 이런 저런 고민을 들어주던 그 벙어리는 시름시름 앓다 죽었단다.

쌓이고 쌓였겠지?

말하는 사람의 모든 독소들과.... 원망들과 그들의 가시돋친 언어들이

그대로 가슴에 꽂혔으리라.

 

황인숙 시인의 몸서리 치는 듯한 모습이 그려진다.

매력있는 시인이다.

 

손바닥정원의 장미.....

내 무덤 앞에는 붉은 장미를 심어달라.  그 핏빛의 붉은 장미는

주인을 잘못 만나 내 몸 속에서 꽁꽁 닫혀지내..... 미쳐 끓어 넘치지 못하고 남은

나의 열정이라고 생각하라......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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