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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지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이 책은 재미가 있다.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더욱 재미가 있다.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지만, 나처럼 만년 하위 팀을 응원하는 사람들이 읽으면 그 재미는 폭발한다.

 

이 소설은 초창기 프로야구 이야기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중학생인 주인공은 인천에 산다는 이유로 삼미슈퍼스타즈의 어린이 회원이 된다.

인천에서의 경기는 물론 멀리 춘천에까지 가서 야구경기를 관람한다. 그러나 삼미는 그해 꼴찌를 한다.

 

춘천 시합에서 대패하고 전철을 갈아타면서

인천으로 돌아오는 도중(이 길은 얼마나 먼길인가?) 승자인 상대팀 OB팬 아이들을 만난다.

그 모멸감. 우쭐한 OB팬 아이들앞에 패자인 삼미의 옷을 입은 주인공은 얼마나 초라한가?

 

“어린이들에게 희망을!! 젊은이에게 낭만을~” 이란 구호를 내걸었지만 그것은 속임수에 불과한 것이다.

실은 “어린이들에게는 경쟁을!! 젊은이에게는 더 많은 일을!!” 시키기 위한 속임수에 불과하다.

 

주인공은 어린 나이에 쓰디 쓴 절망감을 맛본다.

오죽하면 자신의 팀이 패했을때 북한이 쳐들어왔으면 하고 바랬을까?

OB에게 최다 점수차 역적패로 크게 지고 나서 하는 넋두리는 배꼽을 잡게 만든다.

 

 한민족끼리 이래도 된단 말인가? OB의 상징인 곰.

나로 하여금 회색곰, 북극곰,불곰,말에이곰,반달가슴곰,더불어 너구리를 사칭하는 판다라 할지라도,

세상의 곰이란 곰은 모조리 죽이고 싶도록 만들었다.

 

그가 속해있는 팀은 연전연패 꼴찌의 수렁에 빠지고 그 팬인 주인공은 우울해진다.

 

사람들은 아련한 추억으로 기억되는 청춘 시기로 돌아가고 싶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그 시기가 암울한 암흑시기였다면......?? 얼마나 불행한 일인가?

 

바로 소속의 문제이다. 그가 하필이면 인천 소속의 팀인 삼미 팬클럽이니 말이다.

 

<당신은 어디 들어가고 싶어, 이 문고리를 잡고 계신가요?>

 

우리의 자본주의 사회는

당신의 소속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키라고 세상은 종용한다.

새로운 신제품이 나오면 사라고 부추긴다.

그리하여 우리는 어디로 가야하는지 모르고 남들을 따라서 상위계층으로 편입되기 위해서 기를 쓴다.

새로운 문의 문고리를 잡고 싶어 안달을 한다. 그것도 남들보다 먼저......

그리하여

정신이 썩어가는지 모르고 인생은 썩어가는 것이다.

그 사실은 내 사랑니가 썩어가는 것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그는 일류대에 들어간다.

그가 속한 소속이 그를 규정한다.

 

일류대 입학은 과외를 가르칠수 있는 자격(?)이 부여되는 것이다.

그의 부모는 그가 일류대 소속으로 바뀌자 그것이 보약이 된다.

일류대를 졸업한 사람들의 소속감은 일반인들의 상상을 훨씬 상회한다.

아마 마음 같아선 이마 한복판에 ‘일류대’라는 문신이라도 파고 싶었을 것이다.

신명조 내지는 견고딕으로 글씨의 컬러는 블랙으로...

 

마구 마구 경쟁으로 내모는 소리는 경제인들도 앞다투어 했던 기억이 난다.

이를테면, 이건희는 마누라와 자식을 빼고 모두 다 바꾸라고 한다든지,

삼성이 이대로 가다간 구멍가게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든지 하며 겁을 주어 사람들을 끊임없이 긴장시키고 경쟁을 부추긴다.

사람들은 모두 큰일 났다고 생각하면서 내쳐 달린다.

 

그리하여 마침내 소속을 업그레이드 시키기 위해 달려간 꼭데기는 우리가 생각한 정상이 아니다.

 

시간이 없다는 것은, 시간에 쫓긴다는 것은.......

돈을 댓가로 누군가에게 자신의 시간을 팔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인천 출신이면서 어린 시절 삼미 팬인, 작가 박민규가 불쌍했다.

그러나 나중에 다른 책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은 식스센스급의 급반전이었으니,

박민규는 삼미 팬도 아니고 더더욱 인천 출신도 아니었다.그는 울산 출신이며 놀랍게도 소설에서 그렇게 죽이고자 애썼던 곰,

그렇다. 다름아닌 OB팬이었던 것이다.

 

 이런 거짓말쟁이~~같으니라구~~!!

 

하긴,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아이작 싱어가 그랬던가?

" 어린 시절 사람들은 나를 거짓말쟁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어른이 되어 나는 노벨문학상을 탄 작가가 되었다."

 

박민규는 50여명의 삼미팬을 인터뷰하면서 이 책을 썼다고 한다.

그의 노력과 뛰어난 글 솜씨가 작가와 주인공을 동일시하게 만들었던 것이었다.

 

박민규 지음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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