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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스키장에서 만난 할아버지

  스키장에  도착해서 식사를 하는데 앞에 앉으신 할아버지께서 물으신다.

- 서울서 오셨수?

  서울에서는 용평까지 셔틀버스가 운행이 되니 참 좋겠수. 젊은이는...

 

 이렇게 시작된 할아버지와의 대화 내용은,

할아버지는 충주에 사시는데 새벽 4시에 일어나서 대전을 출발해서 오는 버스를 타고 와서

오전,오후 스키를 타고 다시 4시 40분에 차를 타고 충주로 내려갈 예정이란다.

스키를 좋아하셔서 겨울내내 언제나 와서 스키를 탈 수 있는 시즌권을 끊어서 타시는데

주변에 숙박지를 잡기도 힘들어 충주에서 매번 차를 타고 용평까지 왕복하신단다.

스키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인 인터넷 카페에서 대전부터 거슬러 올라 오면서 10명이상의 성원이 되어야

차량 운행이 가능하기때문에 매일 오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고 며칠에 한 번씩 오게 된단다.

 

할아버지의 연세를 여쭈었더니 놀랍게도 73세라고 하신다.

- 그러면 오래 전부터 타셨을텐데...옛날에는 지금처럼 스키인구가 적었을텐데 어디서 타셨어요?

 

그런데 돌아온 대답은 나를 더욱 놀라게 했을뿐 아니라,

며칠 동안 내내 나를 돌아보며 반성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내게 마셔보라고 음료수를 손수 따라 주시면서 하시는 말씀은

- 나? 스키는 작년부터 탔다우. 72세 때인 작년에.....

- 네에??

 

  나는 최근 몇 년 간은 스키를 타지도 않았고 타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이번 스키 캠프도........나는 답사만 다녀오고, 가능하면 스키캠프 아동들 인솔도 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어쩌다 보니 자의반 타의반 용평스키장까지 왔지만 스키를 탈까 말까? 강사에게 아이들을 맡기는 것으로

인계하고는 그냥 실내에서 다른 일로 시간을 보낼까?도 생각했었다.

 

하지만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듣고는

스키를 타면서 중급을 거쳐 중상급코스까지 올라갔다.

타고 내려오면서 더 상급코스에 도전하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할아버지의 이야기가 아니었으면 아마 스키부츠를 신지도 않았을런지도 모른다.

100세 넘어 운전 면허를 따는 노인, 나이와는 무관하게 도전하는 사람들.

도전.......그것이 진정으로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확실하게 증명해 주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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