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학교에는 영어를 가르치는 20대 여자 원어민 영어교사가 있다.
꽤 활달하고 아이들 지도도 잘 하는 캐나다 사람이다.
그런데 어느날 나이 지긋하신 여자 선생님 한 분이
그 영어 선생님이 쉬는 시간에 인터넷으로 만화를 보고 있는 걸보시고 재미있느냐고 물었다.
그런데 그 물음에는 아무 대답이 없이 불같이 화를 내서 당황했다고 하신다.
그 선생님은 나이로 보면 그 원어민 영어 선생님의 두배나 되는 연배의 분이신데 말이다.
이유인즉슨, 왜 내가 만화를 보고 있는데, 남의 사생활을 간섭하는냐는 투였다고 한다.
우리 같으면 "네~~ 정말 재미있어요. 선생님도 한 번 보세요." 하며
오히려 관심을 가져주어 고마워할텐데 말이다.
가끔 외화를 보면, 다른 나라 사람들의 삶과 생각이 우리와는 다른 많은 문화적 차이를 느끼게 되는데,
오늘 본 영화의 한 장면..... 우리들은 숫자를 손가락으로 셀 때 엄지 손가락을 안으로 꼽으며 '하나'하면서
세는데 미국인들은 접은 주먹을 새끼손가락부터 펴면서 '하나'하는 것이었다.
이런 작은 것 하나부터 너무도 다르다는 사실이 새삼 흥미롭다.
하나 하나 찾아보면 수 없이 많겠지만,
버지니아공대에서 조승희 총기난사 사건이 일어났을 때, 사망한 학생들 부모의 차분한 태도가 정말 놀라웠다.
어찌 저렇게 차분할 수가 있을까? 아들,딸이 죽었는데도 저렇게 태연(?)할 수 있을까?
우리는 영화'괴물'에서 송강호처럼 유족들이 몸부림치는 모습을 당연하게 여겼는데 말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사건으로 인해, 마치 미국 사람들에게 죄를 지은 것 같은 생각을 했는데 그들은 그것을 조승희 개인의 문제라고
그만 좀 사과하란단다. 내 생각에 ' 미국에 있는 한국인들은.....모두 한국으로 물러가라!!!!' 하고
한바탕 난리가 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말이다.
그러다가 가만 입장을 바꾸어서 생각해보니,
우리 나라에서 일어난 미군들의 범죄가 우리 나라 사람들로 하여금 반미에 상당히 많은 영향을 끼쳤고, 나,또한
'저런 나쁜 미국놈들!!' 하면서 미국인을 싸잡아 욕하곤 했는데,
이런 저런 사건 속에서 보여준 미국인들의 모습을 보면 그들은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미군의 범죄를 미국이 아닌
한 개인의 문제로 여기면서 우리 나라 사람들이 반미와 연결짓는 것을 이상한 눈으로 보지 않았을까?
이렇게 다른 나라에 비해서는 그래도 조금은 안다고 하는 미국을 보면서도 서로 다른 문화적 차이점에 혼란이 오는데
우리가 간접적으로도 쉽게 접하지 못하는, 또 다른 나라에 가서 산다면 그 문화적 충격은 얼마나 클까?
G20을 앞두고, 인간 삶의 여러가지 모습에 대해 새삼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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