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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

해질무렵-개와 늑대의 시간

 

 

#.나는 하루 중 해질무렵을 제일 좋아한다.

어릴 적 시골에서 삼촌들과 함께 밭일을 마치고

할머니가 감자밥을 해놓고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오던 기억이 아른하다.

늘 바빠 돌아가는 삶이지만 눈에 드는 사물들이 아스라해지기

시작할 무렵이면 왠지 모르게 마음도 절로 차분해진다.

 

툭하면 괜스레 우수에 젖는 걸 즐기는 나만 그런가 했는데

주변에 물어보니 해질무렵을 좋아한다는 이들이 뜻밖에 적지 않다.

시간을 내어 가까운 동산에 오르거나 강변을 거닐며 지는 해를 바라보라.

석양을 바라보며 숙연함을 느끼는 것은 인간 모두의 보편적인 감성일 것이다. <이화여대 교수 최재천>

 

#.나 어릴적 일요일 해질무렵은

금주에 인기가요라는 프로그램이 막 끝날 때쯤이었는데 당시 나오는 시그널 뮤직이 왜 그리

애잔하게 들리는지 그 음악이 들려올 때 쯤이면 집 뒤로 보이는 서편 하늘이 붉게 물들어있고

뭔가가 끝나가는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뒤섞인 묘하게 서글픈 감정이 가득차곤 하던 그 순간이 잊혀지지 않는다.

한참 후에 나온 노랫말처럼 일요일이 시나브로 다가는 소리가  나에겐 붉은 노을 속에 울려퍼지던 

금주의 인기가요 시그널 뮤직이었다.

 

개와 늑대의 시간,

해질무렵 그 울적한 풍경.

 

 그런데 생각 할수록 묘한 것은

평일 날의 해질무렵이면 의자에 걸쳐놓은 늘어진 평상복처럼

정말 맘 편히 늘어질 수 있는 퇴근 후의 시간인데, 일요일 해질무렵은

평상시와 너무 크게 다른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내일 출근 할 부담감이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뭐 출근하는 일이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와  같지는 아닐진데....

일요일 해질무렵과 평상시 해질무렵이 이리도 크게 다르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