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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지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 신경숙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면

여러분은 꼭 ....이렇게 이야기 하세요...

내가..... 거기로.... 갈까?......

그 사람을 만난 적이 아무리 오래 되더라도 말이지요.

 

딸아이가 사서 읽고는

아빠... 이 책은 접거나 줄을 긋거나 하면 안되요..

 

무엇에겐가 누구에겐가 빚을 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때가 있는가?

그리고 해마다 오월이면 대학가 주변과 시내는 최루가스 자욱했던 기억이 나는가?

그래도 그런 기억이라도 한다면 다행이지만, 그런 시기와 공간을 함께 했음에도

그 기억은 내 머릿속에서 조차 희미해져 가고 있다.

세월은 모든 것을 다 잡아먹는 괴물이니 말해 무엇하리오.

 

내 생각에는 아마도 신경숙은

같은 또래사람들이 대학시절 격렬하게 민주화 투쟁을 한 것에 대해 안스러움이 많이 남아 있나보다.

그래서 점점 잊혀져 가는 민주화 투쟁한 이들의 희생을 잊지 말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기도 하고

그런 민주화 투쟁을 수능 공부하기 위해 사회 교과서에서나 배운 학생들에게 좀 더 감성적인 생각을 더해 주고 싶기도 한 것 같기도 하다.

또는 그런 희생 뒤에 우리가 누리고 있는 이 자유로움이 있다.는 걸 알려주려는 것도 같다.

 

 신경숙을 좋아해서 신경숙 소설의 대부분을 읽은 딸아이가 소설에 등장하는 죽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 잠깐 우려되었다.

그 시대를 살아오지 않았으니 말이다.

 

 신경숙이 새벽 3시에 일어나 아침 아홉시까지 썼다는 이 이야기는

한없이 심성이 여린 ......윤이 단이 명서 미루.

네 명의 삶과 그들의 삶의 영향을 미치는 사건들.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한없이 심성이 여린 사람들의 이야기를 특유의 망설임의 문체로

나직나직 들려준다.

 

그래서 하드웨어와 눈에 보이는 스펙만을 중요시 여기는 요즈음 젊은이들이게

소프트웨어와 감성을 촉촉하게 적셔 줄 수 있는 소설이라고 생각되어 일독을 강력하게 추천하고 픈 소설.

 

신경숙은 곧 남편의 안식년을 맞아 일년간 미국에 머물 예정이란다.

신경숙 특유의 섬세함과 감수성이 미국이라는 나라를, 뉴욕이라는 도시를 어떻게 볼지 궁금하다.

개인적인 욕심으로는 미국 체류기간이  끝나면 나올 다음 작품이 뉴욕의 자유분방함의 영향을 받아

신경숙이 지금까지 써왔던 약간은 우울한 분위기에서 조금은 더 밝은 색으로 채워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시효가 지난 말들이 걷잡을 수 없이 쏟아질것 같았다.

-.뼈에 도배를 해 놓았다는 말은 그를 두고 하는 말 같았다.

-누군가는 쉽게 적응하고 누군가는 홀로 홀로 떨어져있었다. 나는 후자였다.

-인생의 맨 끝에 청춘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어.

-.비밀을 공유하는 것이 서로의 관계를 가깝게 해준다고 여겼던 적이 있었다.

가까워지기 위해서 내키지 않는 비밀을 털어놓은 적도, 혼자만 간직하고 있던 말로 꺼내기 어려웠던 소중했던 비밀이

다음날 아무렇지도 않은 일이 되어 다른 사람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고 있는 것을 알았을 때의 상실감.

누군가에게 마음을 털어놓는 일은 가까워지는게 아니라 가난해지는 일일 뿐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그때 했던 것도 같다.

-나는 이 도시로 나온 후 그 무엇하고도 관계를 맺으려 하질 않았다.

-잃어버린 것들에 대해 절망할줄 모르면 무슨 의미가 있겠나? 다만,,,,,,,,그 절망에 자네들 영혼이 훼손되지 않기만을 바라네.

- 우리 엄마는 나에게 누군가 미워지면 그 사람이 자는 모습을 보라고 했어.

-누군가의 방에 가서 함께 밤을 보내는 일은 그 사람이 곁에 없을 때 뭘하고 있을 지 상상할 수 있게 되는 일이기도 한 모양이다.

-인간이 가장 고통 스러울때가 생각나는 사람이 한사람도 없을 때라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