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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지

과거로 가고 싶으세요?

 영국에서 40세 이상에게 설문조사를 했단다. 인생의 최고 황금기가 언제냐고...

통계 결과는 가장 많은 대답이 33세 였다.  아이들은 귀엽고 아내는 사랑스럽고....

 

 지금 당신에게 과거로 돌아간다면

언제로 돌아가고 싶은지를 묻는 어리석은 질문을 받기도 하고 스스로 생각해볼 때도 있다.

그런데 과거로 돌아간다고 하더라도 지금의 생각과 의식을 가지고 돌아간다면 뭔가 어색할 것도 같다.

겉모습은 10대인데 속은 나이가 팍 들었으니 겉따로 속따로 겉돌지 않을까?

별로 즐거운 인생은 아닐성 싶다.

그렇다고 지금의 의식은 없는 상태로 과거로 돌아간다면 똑같은 시행착오를 또 다시 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굳이 다시 돌아가고 싶은 과거는 없다.

그저 조용히 회상하면서 내가 살아온 길지 않은 인생을 되새김질 하는 게 좋지 않을래나.

 

 나이든 황혼 세대의 인생에 대한 관조가 잘 녹아들어있는 작품. 엔도 슈사쿠의 '회상'

삶의 의미를 알게 해주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일본의 원제는 "잘 먹고 잘사는 법" 이란다.

일본 출판사에서는 그 제목이 어울린다고 생각했다는 게 이상하다.

회상이란 제목이 훨씬 더 어울린다. 그런 제목을 선택한데에는 일본말은 우리말과는 다른 점도 있겠고,

출판 시장도 고려해서 잘 팔릴 제목을 골랐을 수도 있겠지만,

"잘 먹고 잘 사는 법"이란  제목은 왠지 격조가 떨어진다는 느낌이 들었다. 

내용은 이상적인데 말이다. 내용은 현실적...

피천득의 수필집을 보는 듯한 느낌처럼 나이든 사람이 젊은이들에게 나직하게 들려주는 이야기들.

 

미소가 머금어지는 한 장면을 소개하면,

#. 내가 아무것도 몰라 수학 시험지를 백지로 낸 걸 안 형은

“정모르겠으면 아무것라도 써서 내되 백지로는 내지 않도록 해!”

 나는 형의 충고가 일리있는 것이라고 생각해서 그 충고를 받아들이도록 했다.

그러나 다음 수학 문제지를 앞에 두고 고민에 빠졌다.

문제는 모두 주관식으로 “다음을 증명하라”였던 것이다.

나는 한참 고민 끝에 모든 답안지에 다음과 같이 썼다.

“맞다. 딱 맞는 말이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수학 선생님에게 꿀밤 세례를 받았다.

만약 내 안에 숨겨진 그런 재치와 위트의 재능을 제대로 평가해 주셨다면

100점 만점에 5점 정도는 주어도 좋았을 것을.... 엔도 슈사쿠의 인생론 <회상>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