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로서의 나,
남편으로서의 나,친구로서의 나,
내가 수행하는 수많은 역할들.
아빠라고 항상 아이들에게 똑 같은 모습으로 비춰지는것도 아니다.
때론 친구처럼 다정하게, 때론 무심하거나 매정하게 변하기도 한다.
눈 때문에 도로에 몇 시간씩 꼼짝없이 갇혀 있을 때는 분노가 폭발하여 금방이라도
옷이 푸드득 뜯겨져서 헐크처럼 변할 것 같이 팽팽해진 신경의 긴장감이 나 스스로에게도 느껴지기도하지만
막힌 길을 뚫고 마침내 집으로 돌아와 소파에 기대어 따뜻한 차를 마시면서 반쯤 눈을 감고 무심하고 멍청하게 TV를 볼 땐
벗어던져 널부러진 양말 짝처럼 긴장이 풀어진 무장 해제된 모습.
세수를 하고 거울을 보면서 가끔은 '너 누구니?'하고 자문하면서. 거울 속의 저것은 껍데기에 불과한 것인가?
'나'라는 집안에 수 많은 또 다른 내가 살고 있다. 나.....내가 누구인가?
기억상실증과 더불어 많은 영화나 드라마의 한 장치로 사용되는 정신이상자들....
하지만 세상에 그렇게 많은 기억상실증 환자나 정신 이상자들이 넘쳐나는 것도 아닌데 영화에 자주 사용되는 걸 보면
그런 인물들이 그리는 세상이 극적이기 때문에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들에겐 매력적이고도 쉬운 장치가 아닐까?
아주 오래 전 우리나라 드라마로도 만들어졌던 걸로 기억이 나는 아가사크리스트의 원작.<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드라마의 배경은 산장. 선반 위의 열개의 인디언 인형이 사람이 죽을 때마다 하나하나 차례대로 쓰러지지요.
산장지기가 범인인것 같았는데 그 산장지기조차 죽어갑니다.
영화 <아이덴티티>에서는 산장이 아니라 모텔이 배경.
맷 데이먼의 <본 아이덴티티>와 혼동하는 사람들이 많다.
존 쿠삭이 다중인격자로 나오고
무단침입에 나왔던 그 나쁜 놈 <레이 리요타>가 나온다.
아만다 피트가 라스베이거스 매춘부역으로 나옵니다.
마지막 1분이 충격적인 영화.
아들이 그럽니다. "아빠~ 이거 본 아이들 중에서 재미없다고 한 아이는 하나도 없었어...."
비바람이 몰아치는 어느 밤... 영화 내내 비가 계속 옵니다. 영화가 끝나고 나서 정말 밖에 비가오는 줄 알았답니다.
길에 떨어진 하이힐에 자동차 타이어가 펑크나는 바람에 길에서 타이어 갈아끼우고 아내는 옆에 서있다가 리무진이 아내를 치게 됩니다.
리무진 운전가가 존쿠삭. 그들은 다친 사람을 끌고 가까운 모텔로 오지만 전화도 불통이구 길도 많은 비에 막혀버린 사람들.
경찰과 그가 호송하던 살인범, 하지만 경찰역의 <레이 리요타>는 무단침입의 나쁜 놈에 어울리게 경찰 행색을 하는 죄인이지요.
아만다 피트와 신혼부부, 신경질적인 모텔 주인까지 포함한 총 11명. 사나운 폭풍우로 길은 사방이 막혀버리고
사람들은 어둠과 폭우가 걷히기를 기다리지만 외부와의 연락이 끊긴 호텔에 갇힌 이들이 하나 둘씩 살해당하기 시작한다.
중간 쯤 보다가 영화를 먼저 본 마가렛에게 물었습니다. "범인이 냉장고 안에 냉동된 녀석이지?"
하고 묻자, 조급해하지 말고 그냥 끝까지 보란다.
살인이 계속되는 현장 그리고 현장이 말끔하게 치워지는 모습들....
거울 속의 또 다른 사람의 얼굴이...
그리고 충격적인 마지막 반전이 돋보이는 영화.....<아이덴티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