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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

비밀번호

  필요해서 새로 가입하려는 싸이트 마다 

아이디며 비밀번호를 묻는다.똑같이 할 수 도 없어 몇 가지로 번갈아 쓰는데

이것도 가끔 바꿔주라는 메세지가 뜬다. 

바꾸다 보면 이 번호인지 저 번호인지 참 비밀번호 많이도 알아야  한다.

 

 한번은 여행용 가방을 빌리러 조카가 왔는데

여행용 가방에 붙어있는 비밀번호를 잊어버려 한참 애를 먹었던 적도 있다.

가방까지 비밀번호를 알아야 열 수가 있으니 원~~

 

 우선 내 일상에서 쓰고 있는 비밀번호를 살펴 보자면

출근해서는 비밀번호를 맞추어 문의 열쇠를 열고

비밀번호를 입력해서 컴퓨터를 켜고 어떤 공문이 내려왔는지,,

기안한 문서가 결재가 되었는지 들어가서 확인하기 위해 또 다시 비밀번호를 눌러야 한다.

퇴근 시간이 되면 우선 아침에 비밀번호로 연 내 컴퓨터를 종료시키고는

문을 닫고 비밀번호로 된  번호 열쇠로 문을 잠근다.

집에 돌아오면 우리 아파트 내가 사는 동 현관에 있는 비밀번호를 눌러 현관문을 열고

다시 우리 집 문 앞 키 뚜껑을 열고 또다시 비밀번호를 누른다.

요즘을 살아가려면 비밀스럽게 알아야 하는 번호가 참 많다.

 

 그런데 그 번호를  어떤 경우 시간이 지나면 숫자로 기억하는게 아니라

위치로 기억을 한다. 가운데 숫자 다음에 사선위로 올라가서 다음에 아래쪽

뭐 이런식으로 머릿속에 외우고 있는 번호보다는 손이 그동안 익은 움직임대로 움직이는 것이다.

머리보다는 몸이 기억하고 있는 건 잘 잊지 않는다는 말이 증명되는 것 같기도 하다.

한번은 오른손에 짐을 잔뜩 들고 있어서 왼손으로 비밀번호를 누르려니 도저히

번호가 생각이 나질 않아 누를 수가 없었다. 짐을 내려놓고 익숙한 오른손이 기억하는대로 번호를 

누르고 들어간 적도 있었다. 

 

 누군가 우리집 현관문 비밀번호를 묻는다면 아마도 난

종이에 우리 집 현관문 키를 그림으로 그린 다음 오른손이 기억하고 있는 걸 눌러보고

번호를 알아내는 수 밖에 없다. 가능한한  앞으로는 비밀번호를 통일 시켜야지.....

 

앗!!~~ 오늘 찾아간 농협에서 돈을 찾는데 '비밀번호를 누르세요.' 하는데.........?????

오늘따라 왜 이리 번호를 많이 묻는지, 마가렛이 "하이패스 신청하려고 하는데...우리 차 번호가 어떻게 되지?"

그런데 갑자기 우리 차 번호가 둘 다 생각이 안나는 것이었다..... 이건... 비밀번호도 아닌데....

 

 

 

   하루는 퇴근하여 아파트 우리동에 들어왔는데

곧 이어 내 뒤를 따라 들어오려던 어르신 한 분이 문이 스르르 닫히자.

 당황해 하면서 문을 두드리신다. 내가 문 앞에 다가서서 센서를 작동시켜 문을 열어 드렸다.

번호를 잃어버리신 윗층 어르신이시다.

 

 또 한번은 할머니 한분이 음식물쓰레기 버리러 나오면서 하시는 말씀이

"미안하지만 내가 이 쓰레기 버리고 금방 올테니 여기 좀 서 계실 수 있수?"

하시더니 부리나케 쓰레기를 버리고는 오신다.

번호 누르는 것을 모르시는 것이다.

 

 이제 나이드신 어르신들 중 비밀번호가 익숙하지 않은 어르신네들은 외출하기도 쉽지 않게 되었다.

그런 장치들의 노예가 된 것 같아 씁쓸하다.

나도 나이들면 또 다른 어떤 새로운 것들이 나를 구속하는 시대가 될 것 같다.

새로운 것에  적응하려면 계속 배우고, 배우고 배워야 하는 세상이다.

그래서 생겨났나보다 '평생교육'이란 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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