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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

편식

 

 

어느날

회식을 하는 자리에서  선배 한 분이 자기 집에서 형하고 언쟁이 있었다면서

"우리 형은 성질이 더러워... 맨날 고기만 먹어서 그래. 나는 주로 채식을 위주로 해서 양순한데." 하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 사람의 성질은 그 사람이 먹는 음식과 절대적으로 관련이 있는데

고기를 무지 밝히는 형은 성질이 더럽고 자신은 고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고 채식을

위주로 먹기 때문에 자신은 형에 비해 양순하다는 것이다.

나도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말했다. 

 

다른 동물들도 채식을 하는 동물은 양순하지만 육식을 하는 동물은 거칠기 이를데없다.

채식을 하는 소들은 그 체구가 크지만 얼마나 양순한가?

 

  나는 채식주의자에 가깝다.

내가 양순하고 온순하고 부드럽고 그렇단 얘기다.^^

믿거나 말거나 말이다.

 

  나는 결혼 전엔 삼겹살도 먹을 줄 몰랐다.

결혼하고 나서 한참을 지나서 내가 삼겹살을 먹게 되었을 때

집사람이 삼겹살을 다 먹는다고 많이 발전했다고 놀랐던 기억도 난다.

그 뒤로 우리 식구는 거실에 신문지를 깔아 놓고 부루스타 꺼내놓고 삼겹살 파티를 종종 하곤 한다.

 하지만 삼겹살 이외에 다른 육류에는 별로 진전이 없는 편이다.

저녁무렵 식구들이 치킨을 맛있게 먹거나 족발을 사다가 뜯어도 난 쳐다보지도 않는다.

 

 내가 좋아하는 카레를 먹을 때도 카레 속에 있는 고기는 고스란히 골라내고 먹는다.

내가 고기 골라내는 꼴깝을 떠니까, 보다못한 집사람이 고기를 잘게 다져서 넣었다.

이러면 아무리 고기를 싫어하더라도 먹겠지 싶어서 말이다.

 

  그런데 내가 누군가? 수저 놀리는 솜씨가 뛰어난 한국 사람 아니던가? 

크기가 콩알 반 쪽 정도인데도 불구하고 카레를 다 먹고 난 내 그릇에 소복하게 고기만 남아 있는 것을 보곤 집 사람이 기겁을 했다.

그 작은 콩알 반 정도 크기의 고기를 어쩌면 그렇게 잘도 찾아 예쁘고 아담한 동산처럼 소복하게 접시 한 가운데 쌓아놓았는지

내가 봐도 신기할 정도다. 물론 동료들과 회식 자리에서 분위기상 고기도 먹고 오리고기도 몇 점 먹기는 하지만 말이다.

 

  반면에 야채는 좋아하는 편이라

짬뽕을 시키면 우리 아이가  고스란히 남긴 야채는 다 내 차지다.

이걸 왜 남겨? 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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