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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지

슬픈 외국어

 하루키의 외모를 보면 소설가 답지가 않게 생겼다.

약간 건조한 이과생이었을 것도 같고, 감성적인데는 없을 것 같다.

그런데 글을 보면 전혀 그렇지가 않다. 슬픈 외국어는 그의 자전적 에세이이다.

 

 -.그 우물쭈물 이야말로 말로 표현 할 수 없는 언어고, 글로 쓸 수 없는 메시지인 것이다.

-.그들은 공기 속에 숨겨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언어들 듣고, 글로 쓸 수 없는 메시지를 읽으려고 하고 있을 뿐이다.

-.1주일에 나흘은 화재나 교통사고가 1면 톱기사로 실리는 이 지역의 사회적인 신문

-.일본에서 와서 프린스턴에 살고 있는 소설가라는 사실만으로 내 이야기가 이 신문의 1면 톱  기사로 다뤄진 적이 있었다.

 

-.하루키가 본 미국에서의 자동차에 붙인 스티커

1)이건 나의 장난감

2)이 차는 간혹 환각 때문에 급정거 할 수 있습니다.

3)힐러리가 마누라라면 나 같아도 바람피우겠다.


-.일반 사람들은 소설가들이 다양한 현실적인 체험을 바탕으로 소설을 쓰고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예를 들어 내가 처음으로 소설을 써서 출판했을 때,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갑자기 긴장하기 시작 했다.

 

-.소설 쓰는 것에 대하여 내가 학생들에게 ‘가르칠 수 있는’것이란 거의 없다.

“아무튼 실제로 살아가는 수밖에 없겠지. 만일 마음속으로부터 절실하게 무엇인가를 쓰고 싶다고,

누군가에게 뭔가를 전하고 싶다고 생각한다면, 비록 지금은 잘 쓸 수 없다 하더라도,‘무엇인가를 쓸 수 있는’시기는 반드시 온다고

 생각해 그때까지는 현실의 경험을 벽돌을 쌓아 올리듯 하나하나 소중하게 쌓아 가는 수밖에 없지 않을까?

예를 들면 .........그렇지, 열심히 사랑을 한다든지 말이야.”

 내가 이렇게 말하면,“그런 거라면 저도 할 수 있겠네요.” 하고 누군가가  대꾸를 하고,

그러면 다들 웃음보를 터뜨린다. 그리고 또 다른 누군가가 “그런데 불행하게도 그때가 영영 오지 않으면 어떡하죠?”하고 말한다.

또 다시 몇 명이 웃는다.

그럴 때 나는 오슨 웰스의 영화 <시민 케인>에 나오는 음악 학교 교사의 잔인한 대사를   주저하지 않고 인용하곤 한다.

“몇 사람은 노래를 부를 수 있고, 다른 사람들은 부를 수 없다.”


-. 내가 난생 처음으로 소설을 써서 <군조>지의 신인상을 받았을 때,

사람들에게 “실은 얼마 전 소설을 썼는데 신인상을 받게 되었어요”라고 말했더니, 주위에 있던 사람들은 거의 한 명도 빠짐없이 내 얘기를 믿지 않았다. 다들 그것을 농담이라고 생각하는 눈치였다. 아마도 그중 몇 명은 내가 소설가라고 불리는 것에 대해서, 지금도 깊은 의혹의 눈으로 보고 있을 거라고 확신한다.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내가 어지간히도 소설과는 동떨어진 사람으로 보였던 모양이다.


그런 날들로부터 아득히 멀어지고, 일본에서 멀어지고, 롤캐비지로부터 아득히 멀어져서,  내 인생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니, ‘흥분에 찬 경험’이 있고 없고와 상관없이, 살아간다고 하는 행위는 본질적으로 뭔가 매우 이상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참으로 산다는 것은 이상한 것이다.


-.언제나 되도록 남에게 상처를 주는 일이 없도록 신경 쓰며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하지만,

세상이 넓은 탓으로 무엇을 어떻게 써도 어디선가, 반드시 상처를 입거나 화를 내는 사람이 나오게  되는 것 같다.


-.스쳐가는 사람에게는 스쳐가는 사람으로서의 관점이 있고,

그곳에 뿌리내린 사람에게는 스쳐 가는 사람으로서의 관점이 있다.

양쪽 다 나름대로 장점이 있고,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도 있다.

 

-.나라고 하는 한 인간이

혹은 한 작가가 어느 날 갑자기 일본에서 사라져 버려도,

누구하나 특별히 곤란해 하거나 불편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약간 과장된 표현일지도 모르지만, 외국에 오랫동안 나가 있다는 건, 

나 자신의 사회적 소멸을 미리 경험해 보는 의사체험을 하는 것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하루키의 '슬픈 외국어 중에서'>

 

*.슬픈  외국어 / 무라카미 하루키/문학사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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