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서일지

그림 읽어주는 여자

 

 # 오래 전 큰애가 내 생일 선물로 사준 책이다. 이 책을 본 이후에 한젬마 책을 더 구해 읽어보려는데 한젬마 대필 사건이 일어났다. 

온갖 야채와 과일 등으로 사람의 얼굴을 표현한 아킴볼도의 '여름' 이라는 그림은 지은이가 대형 할인매장에 걸어두고 싶은 그림이라고 했는데 언젠가 어느 매장 식품코너 들어가는 에스컬레이터 입구 위에 크게 걸려 있던 기억이 난다. 아마 이 책의 영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생활 속으로 들어온 그림. 쉽게 이해하게 그림과 관련된 개인감정을 담았다. 보고나면 다들 그림을 보는 눈이 조금 커지지 않을까?  글도 재미있고 내용도 충실하다.


 
-.삶이 그냥 흐르는 게 두려웠다. 나를 그냥 놔두고 멋대로 흐르는 시간 그림을 하든 음악을 하든 예술가는 어쩌면 대책 없이 흐르기만 하는 일상의 시간에 저항하며 온 힘으로 그 시간을 정지시켜 놓으려는 무지막지한, 욕심 많은 영혼의 소유자다. 그래서 그림을 본다는 것은 그 화가의 영환과 인생에 대한 그만의 힘을 느끼는 일이다. 그림이 대체 뭔지, 그리고 나는 왜 그림을 그리는지, 알량하게 콧대만 높았던 나를 굴복시킨 시간들을 보내면서 차차 깨닫기 시작했다. 한껏 초라해지고 스타일이 구겨질 대로 구겨진 나에게 거꾸로 그림들이 말을 걸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 비어 있어야 다가설 수 있다.

“내가 너에게 뭔가 해줄 것이 있었으면 좋겠어.”

이 말을 남긴 채 그는 떠났다. 그 사람 앞에서 빈틈이 없는 척, 그리고 강한 척한 내 자신이 한없이 미웠지만 이미 그가 떠난 뒤였다.

최근에 와서 좋아하게 된 그림들의 특징은 뭔가 ‘덜 그린’그림이다. 뭔가 덜 그렸다는 느낌, 그래서 내가 완성하고 싶은 느낌이 들게 하는 그림. 가능성으로 비어 있는 그 자리를 차지하고 싶은 마음이 어느 결에 스며들게 하는 그림. 그랬구나, 덜 그린 듯한 저 그림이 나를 붙잡듯 조금은 부족 한 듯한 그 모습이 상대에겐 함께하고픈 마음이 들게 하는구나. 마티스의 그림을 보면서 나를 떠나간 그의 심정을 조금은 이해할 것 같다.


- 이 밤을 함께 지새고 싶다고 보채는(?) 남자와 갈등하던 여자, 그녀가 망설인 이유는 순결 따위가 아니었다. 마른 몸에 상대적으로 짧은 하체 볼품없이 빈약한 가슴, 스스로 콤플렉스였던 자신의 몸을 보여줘야 한다는 사실이 이후로도 일 년을 망설이게 한 이유의 전부였다. 그러나 사랑하는 두 사람은 동해안 변두리의 어느 허름한 여관에서 첫 밤을 맞았고, 그녀의 몸을 닦아주던 그가 말했다.

“몸이 참 예쁘다.”


- 한번 생각해보자. 앤디워홀이라는 작가의 유명세 뒤에 있는 미국이라는 나라의 위력에 대해서. 문화적 결핍, 전통의 부재,...이러한 미국의 콤플렉스가 앤디워홀을 위대한 작가로 만든 것은 아닌지...

 2차 대번 직후 미국이 경제적 파워를 갖고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은 ‘문화 만들기’였다.  바로 그 60년대의 시작에 서 있었던 운 좋은 사나이 앤디워홀.

 

 앤디 워홀의 작품은 그 시대의 가장 유명한 것이기도 했지만, 또 한편으로는 ‘가장 미국적인 것’이기도 하다. 미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문화가 되는 지금의 현실, 국가의 힘이 이즘을 만들고 조류를 만드는 성공한 문화정책에 감탄할 뿐이다.


-전각은 서양 것에 부황 들린 우리가 맨 얼굴로 돌아가야 할 무공해 청정지역과도 같다.

-과학의 가장 큰 수혜자는 인상파 화가들. 이전까지는 사실, 화가들이 바깥에 나갈 줄 몰라서 실내에서 그림을 그렸던 것만은 아니었다. 나가서 그리고 싶어도 물감을 들고 갈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전까지 돼지 오줌통에 물감을 넣어 사용했었다고 하니, 그 오줌통을 들고 가봐야 얼마나 갔겠어.

 

# <그림 읽어주는 여자>중에서   /한젬마/명진출판     

'독서일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요즘 여자들 왜 이렇게 기가 세 졌을까?  (0) 2009.12.20
가끔 쓸쓸한 아버지께  (0) 2009.11.11
슬픈 외국어  (0) 2009.11.05
엄마를 화나게 하는 10가지 방법  (0) 2009.10.28
죽음  (0) 2009.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