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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저 선생님 나이 몇 살 인지 알아요.

 

 

  어린 아이들이 궁금해 하기도 하지만 얼굴만 봐서는 아이들이 잘 모르는 게 담임 선생님의 나이일 것입니다.

우리 반에 책을  손에 들면 주변에 어떤 일이 일어나도 모르게 푹 빠지는 **이가 어느날,

수업시간에 쪼르르 앞으로 나와서는 내 양복자락을 붙잡고 흔들면서 뜬금없이

"근데 선생님 나이가 몇 살이예요?" 하고 묻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내가 작은 소리로, 

"음 지금 수업 시간이니까 네가 선생님 나이가 몇 살쯤 되었을지 생각해보고 내일 나한테 말해줄래?" 하고 들여보냈습니다.

다음 날 등교하자마자 저를 빤히 쳐다보면서 "선생님!! 저 선생님 나이 몇 살인지 생각해 봤어요."

"그래? 몇 살?"    "** 살이요."

그런데 **이가 말하는 내 나이는 자그마치 내 나이보다 10년, 딱 10년 젊게 말하는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나도 갑자기 젊어진 것 같아 기분이 급상승!!

그러나 겉으로는 태연한 척하고 말했습니다.

" 근데 어떻게 선생님 나이를 그렇게 정확하게 알아냈지? 재주도 좋으네.

그런데 그건 비밀이다. 너만 알고 있어야 돼.알았지?" 하고 말하였습니다.

그 말은 곧 다른 아이에게 말해도 무방 할 때(아니, 널리 널리 펴졌으면 좋을때) 제가 쓰는 교활한 수법입니다.

**이는 선생님 나이를 정확하게 알아맞춘 게 신이난 표정이었습니다.

며칠 사이에 우리 반 아이들이 10년 어려진 제 나이를 진짜인양 다 알게 되었습니다.

어떤 녀석들은 '우리 아빠랑 나이가 똑같네. 엄마랑 같네, 큰 아빠하고 같네.'하며  재밌다는듯 이야기를 했습니다.

 

며칠 뒤 학부형들이 참관하는 학년 공개 수업이 있었습니다.

아이들  한 명 한 명 발표를 시키는 수업이었는데 예성이 차례가 되었습니다.

 앞에서 발표를 마치고 들어가려는 순간, 내가 예성이를 붙잡고는 "선생님 나이 몇 살?" 하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예성이가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큰 목소리로 "** 살" 하고 말하였습니다.

순간, 뒤에서 수업 참관하고 있던 부형들이 "와~"하고 웃음을 터트렸습니다.

 

그런데

수업이 끝나고 생각해보니, 내가 미쳤지. 미쳤어.

쌩뚱맞게 그때 그 순간, 나이를 왜 물어? 묻긴.

아이가 즉각 대답을 했으니 망정이지 대답을 안 하고 멀뚱멀뚱 쳐다보며 '우리 선생님이 갑자기 왜 이러시나?'

하는 표정을 지었다면 공개 수업시간 도중에 얼마나 난감,난처한 상황이 되었을지.........

그런데 그 순간. 어쩌면 배우가 연습한 대사 외우듯 억양도 자연스럽게,타이밍도 정확하게, 만담 주고 받듯 나와서

난처해질수도 있던 상황이 급반전 웃음보가 터지게 되었지만,

요놈의 오발탄처럼 옆 길로 새는 입방정은 정말 조심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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