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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지

시보다 매혹적인 시인들

 

 

시인은 잘 운다.

대체로 시인은 무책임하다.

상가에서 사흘 밤낮을 통곡한 뒤에 누가 죽었냐고 묻는 사람이 있다고 할 때 시인은 그를 잘 알지도 못하면서 충분히 이해하는 척한다.

 

 시인은 이기적이다.

세상에는 세상이 공동으로 인정하는 삶의 공식이 존재한다.

시인은 곧잘 그것을 잊어버린다. 때로는 부인한다. 시인은 자신의 방식으로 공식을 만들어 살아간다.

그 공식은 독선적이다. 그런데 시인의 독선을 혀에 대보면 달콤하다. 희한한 일이다.

 

 소설 쓰는 이기호가 알아차린것처럼, 시인 축구팀은 준비운동을 하지 않는다.

인간은,사랑을 할 때 누구나 시인이 된다. 하고 플라톤이 말했다는데도 시인은 준비운동을 하는 인간을 그다지 사랑하지 않는다.

 시인들은 목적을 가진 스테레칭을 싫어한다. 아침에 일어나 기지개를 켜는 것처럼 자연그럽게 나른해지는 것을 으뜸으로 친다.

시인 축구팀은 산책하듯이 공을 따라 다닌다.

 

 시인은 삶에도 육신에도 준비운동을 하지 않는다.

준비운동을 하는 순간,그는 대개 시인의 길을 접고, 세상이 인정하는 밥벌이 프로페셔널의 세계로 들어선다.

과거에 그런 선례가 더러 있었다. 시인이 사업을 한다든가 정치를 한다든가 하는 순간 시인이란 직함은 전직이 되고 말았다.

한때 시인이었던 사람 , 그런 생물이 존재한다. 희한한 일이다.

'시보다 매혹적인 시인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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