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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지

우리가 서로 사랑한다는 것

 

 

#######  우리가 서로 사랑한다는 것 /김수환 /도서출판 사람과 사람   ###########

-.나는 석양을 좋아합니다.  그 자체가 아름다워서 좋고 무언지 모르게 내 마음은 아득히 먼 무엇인가로 향하게 하는 데서 석양은 마음의 고향처럼 다정하게 느껴집니다. 그렇게 나의 인생은 고향 길 가까이 와 있습니다.

-.나는 세상을 살아가는 고달픔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아주 기초적인 의식주 해결을 하기 위한 고통, 자녀들을 기르고 교육시키는 데서오는 부모님들의 고통을 모릅니다. 이것도 제도에서 오는 문제, 즉 독신 생활을 하다 보니 일반 사람들의 생활고를 모르는 것이 아닌가도 생각해 본 일 있었습니다.

-.인간의 마음으로 참으로 간사하고 변덕스럽고 약합니다. 진정으로 한 인간을 어떤 처지에서도 사랑할 수 있는지 의문입니다. 언젠가 미사 중에 옆에서 고약한 냄새가 난 적이 있었습니다. 방귀 냄새인지, 몸에서 나는 것인지, 아주 견디기 힘든 냄새였습니다. 그때, 이런 생각을 하였습니다.

이 냄새를 풍기는 사람이 누구인지 모르지만, 내가 이 사람과 만일 한 방을 쓰고 함께 살아야 한다고 하면 견디어 낼 수 있을까? ‘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러면 나라는 사람은 냄새 하나도 이겨내지 못하는 사람, 그만큼 인간에 대한 나의 사랑이란 보잘것없는 것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더욱이 나 자신이 이런 냄새의 주인공이 되지 않으리라고 무엇으로 장담할 수 있는가?


-.많은 사건과 사태를 겪는 와중에 정부나 교회 밖으로부터의 압력은 물론, 교회 안에서도 적지 않은 반대와 비판의 화살 앞에 서 있어야만 하였습니다. ‘이로써 교회가 입는 손해는 얼마나 크며, 정부 공직에 있는 가톨릭 신자들의 고충이 얼마나 큰지 아느냐?’등 많은 논란이 있었습니다.

 사실 고향이 대구인데 대구는 TK의 아성 때문인지 그곳에서 잘 알고 지내던 이들까지도 저를 보는 눈이 물론 곱지 않았고, 고향인 대구가 마음으로 멀어지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습니다.

 지금은 모든 것을 잊고 원상으로 돌아갔습니다만, 당시에는 외람된 표현이지만 ‘어떤 예언자도 자기 고향에서 환영을 받지 못한다.’는 예수님의 말씀을 가끔 생각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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