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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지

엄마를 부탁해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를 읽다 보니 IMF때 아버지란 소설이 크게 히트한 일이 있어서

다분히 지금의 경제 사정을 생각하고 시기를 고려해서 출판한 책이란 생각도 들었다.

경제가 어려우면 이런류의 소설이 잘 팔리므로....(아!  이렇게 까칠하게 따지지 말고 보아야 하는데 난 왜 이러지??)

제일 먼저 읽은 딸아이는 -나 이거 읽으면서 펑펑 울었어....

집사람 - 신경숙이 카톨릭 신자는 아닌가봐....그리고 뒷부분은 별로야.

 

-.가족들을 기다릴 즈음의 너의 엄마는 동네 사람들이나 사장통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얘기할 때 단연 활기를 띠었고 은근히 자부심이 배어나오는 몸짓과 말투를 보였다. 헛간에는 엄마가 철따라 담가놓은 매실즙이며 산딸기즙이 담긴 크고 작은 유리병들이 즐비했다. 도시의 식구들에게 퍼줄 황석어젓이며 멸치속젓이며 조개젓갈들이 엄마의 항아리들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양파가 좋다는 말이 들리면 양파즙을 만들어서 겨울을 앞두고는 감초를 넣은 늙은호박즙을 짜서 도시의 식구들에게 보냈다. 너의 엄마 집은 도시의 식구들을 위해 사시사철 뭔가 제조하는 공장과도 같았다.


-.순간순간 모면하듯 봉합해온 일들이 툭툭 불거지고


-모녀관계란 서로 아주 잘 알거나 타인보다도 더 모르거나 둘 중 하나다.

-엄마가 너의 존재가 딸이 아니라 손님이 된 듯한 기분을 느낀 것은 엄마가 네 앞에서 집을 치울 때였다. 어느날 부턴가 엄마는 방에 떨어진 수건을 집어 걸었고,식탁에 음식이 떨어지면 얼른 집어냈다. 예고없이 엄마 집에 갈 때 엄마는 너저분한 마당을 깨끗하지 못한 이불을 미안해 했다. 냉장고를 살피다가 네가 말려도 반찬거리를 사러 시장엘 나갔다. 가족이란 밥을 다 먹은 밥상을 치우지 않고 앞에 둔채로 아무렇지도 않게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관계다. 어질러진 일상을 보여주기 싫어하는 엄마 앞에서 네가 엄마에게 손님이 되어버린 것을 깨달았다.


-.부엌이 감옥같을 때는 장동대에 나가 못 생긴 독 뚜껑을 하나 골라서 담벼락을 향해 힘껏 내던졌단다. 내가 그랬다는 것을 니 고모는 모른다. 알면 미친년이라고 하지 않았겄냐, 멀쩡한 독 뚜껑을 구해다가 독을 덮어놓았다고 했다.

 ‘헛돈 좀 썼단다. 새 뚜껑을 사러 갈 적에는 돈이 아까워 쩔쩔맸는디도 멈출 수는 없더구나. 독 뚜껑 깨지는 소리가 내겐 약이었어. 속이 후련허구 답답증도 가시고


-.다른 사람이 아내에게 딸의 소설을 읽어주고 있을 줄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이 젊은 여자 앞에서 글을 모른다는 것을 들키지 않기 위해 아내는 얼마나 애를 썼을까. 얼마나 딸의 소설을 읽고 싶었으면 이 젊은 여자에게 이 소설을 읽어달라고 했을까. 이 젊은 여자에게 딸을 자랑하고 싶은 걸 아내는 어떻게 참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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