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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

엄마 친구 아들, 아빠 친구 딸

 

 

 

 

 

  오래 전 딸 아이가 초등학교 다닐 적에

보조 바퀴 달린 자전거를 타다가 보조 바퀴를  떼고 두발 자전거를 탈 무렵의 일이다.

 

 내가 뒤에서 잡아 주면서 두발 자전거 연습을 시킬 때

몇 번인가 기우뚱 거리면서 넘어져 울기도 하면서 며칠인가 지났다.

그리고 마침내 나의 도움없이 혼자서 두발 자전거를 타게 되었다.

애기처럼 여겨졌던  딸아이가 내가 뒤에서 자전거를 잡지 않고 두 손을 놓았는데도 불구하고

혼자서 두발자전거를 타고 운동장을 혼자서 빙글빙글 도는 모습을 몹시 신기하고 대견하게 쳐다보았던 기억이 생생하다.

물론 딸아이 자신도 얼굴에 번득이는 땀과 함께 마침내 목표를 달성하고만 기쁨이 가득 배어 있었다.

 

  자전거를 끌고서 집으로 돌아가 오빠와 엄마에게 자랑을 하려는 생각으로 의기양양 돌아오는 길이었다.

그때 마침 저만치서 나도 몇 번 우리 집에 놀러와서 낯이 익은 딸 아이의 친구들이 오고 있는 게 눈에 띄었다.

 그 아이들에게 두발 자전거를 타게 된 것을 자랑삼아 이야기 하려던 내게 아이는 작은 소리로 속삭이며 말하는 것이었다.

"아빠 쟤네들은 다 두발 자전거 탈 줄 알아."

말하는 아이는 얼굴 가득 자랑스런 표정이 일순 사라지고 행여나 아빠가 자기 친구들에게

다 탈 줄 아는 두발 자전거를 이제서야 탄다고 자랑이랍시고 이야기 할까봐 걱정하는 표정으로 바뀌어 있었다. 

나도 아이의 걱정을 알아차리곤 아이와 함께 아이 친구들과 가볍게 인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돌아와서는 다시 기분좋은 표정이 되어서 엄마와 오빠에게

 마침내 두발 자전거를 타게 되었다면서 으시대는 것이었다.

 

 그때 들었던 생각이

사람이 자기 자신과 비교를 하면 한없이 기분 좋은 일도

남과 비교를 하면 공연히 상처를 받게 된다는 걸 깨달았다.

이게 어른들의 잘못된 가르침 때문은 아닌지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요즘 부모들이 자식들을 다른 집 아이들과 비교하면서 스트레스를 주는 걸

우스갯 소리로 하는 말로 엄마친구 아들,아빠 친구 딸이란 말을 하는데

나도 그런 스트레스를 주지 않았을까? 자문해 본다.

 

 우리나라처럼

자원이 없는 나라는 서로 경쟁하며 인적자원을 최대한 키워 자원이 많은 다른나라와 경쟁을 해야하는 처지에서는

비교하며 경쟁하는 것이 국가 경쟁력의 밑거름이 되기도 하겠지만 그로인해 정신이 황폐하게 된다면 잘 산다고 한들 그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

 

 최진실 자살 사건으로 악플러들의 이야기가 문제가 되고 있는 요즈음.

악플을 다는 사람의 심정도 나보다 잘 난 사람을 나와 비교 해보니 내 자신이 초라해보여

부질없는 질투와 시기심이 생겨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마구마구 그들을 내 위치로 잡아 끌어내리려는 생각에서 악플을 달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한다.

그냥 잘 나가는 사람의 위치로 나를 끌어 올리려는 노력을 하기엔 그들이 너무 높이 있다고 생각을 해서일까?

실상 잘 나간다고 보여지는 사람들의 속내를 보아도 우리 네와 다를 바 없는 경우가 많은데 말이다.

오히려 얼굴이 알려진 유명인들은 마음대로 나다니지 못하는 갇힌 삶을 사는 불쌍한 사람일 수도 있는데....

 

 잘 나가는 사람의 화려한 겉 모습만 보고는 내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지 말고

나 스스로, 나의 어제와 내일을 비교하는 삶을 사는 게 행복이 아닐까?

끊임없이 이것저것 비교해보는 나 자신에게도 그런 생각을 주입시켜본다.

 

"남과 나를 비교하는 것이 모든 불행의 시작이고 과욕의 시작이다. 남과 비교 하지말고 그냥 자기 길을 가라" 법정 스님의 말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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