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에서 독서퀴즈 대회가 열렸다.
독서퀴즈 두 달을 앞두고 10권의 도서를 학교에서 선정해서 읽도록 하였다.
그런데 얼마있지 않아서 1,2학년 아이들 손에 시험문제지가 들려있는 걸 보게 되었다.
작은 글씨로 빼곡하게 적혀있는 문제를 풀고 틀린 것은 별표를 해 가면서 외우고 있었다.
마치 수능을 보는 고3 수험생들처럼 말이다.
상황인즉,
학교에서 독서퀴즈 대회가 열린다니까
학교 근처 학원에서는 그 독서 퀴즈 책 열권에서 예상 문제를 잔뜩 뽑아서 출력한 후에 시험을 계속 보고
틀린 문제 외우게 했던 것이다.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책읽기를 권장하고 장려하기 위해
축제처럼 열려던 것일진데 대회가 무색해지는 것이다.
이거야 원~~~
그런 아이들이 시험이야 잘 보겠지.
하지만 그게 아이들의 의미있는 독서와는 아무런 상관없다는 걸 모를까??
그저
집에서는 독서퀴즈대회에서 상만 받아오면 그 뿐.
독서퀴즈대회에서 상받았다고 장난감과 게임기 사주고
게임 시간 늘려주고 외식하고.....
정작 책을 좋아해서
한 달이면 수 십 권씩 읽어대고 책을 손에서 놓지 않는 아이들에게는
독서퀴즈 대회의 도서목록도 그저 많은 책 중에 하나일 뿐이다.
그런 아이들은 80점대 정도의 점수를 받았지만
학원에서 목록에 있는 책만 시험 공부하듯 달달 읽고 외우고 학원에서 뽑아준 문제로
하드 트레이닝을 한 아이들은 점수가 90점이상 안 나올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런 아이들은 독서가 즐거운 것이 아니다.
그저 시험이니까, 엄마가 하라니까, 집에서 상받으면 좋아하니까,
뭐 사준다고 하니까, 억지로 읽고 문제 푼 것이다.
독서,퀴즈 대회가 끝난 날부터 그 아이들 독서는 끝이다.
그러나 평상시 책을 읽는 아이들은 그저 하나의 과정처럼 여긴다.
책을 좋아하는 아이는 온몸으로 책을 읽어서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몸 속 세포 속에 일일이 젖고 저장되어
그것이 나중에 논술로, 살아가는 지혜로, 포괄적인 행동양식으로 나타나, 삶의 소중한 밑거름이 되지만
그저 문제만 달달 외워 푼 아이들은
독서퀴즈 대회가 끝나면 휘발성 액체가 날아가듯
머릿 속에 있는 것들이 다 날아가버리고 만다.
초등생을 둔 부모들이여~~
하루 10분이라도 손에 책을 들고 있는 모습을 부모가 먼저 보여 주어라.
학원비 보탠다고 나가서 일하지 말고 차라리 굶더라도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늘리는게 더 낫지 싶다.
학원 보낼 돈이 있으면 그 돈으로 책 수 십 권은 살 수 있으니, 책 사가지고 여기저기 늘어놓기만 해도
독서교육 반도 더 한 것이다.
질리도록 문제 풀 게 하지 말지어다.
그런 아이들 독서라면 질릴테니 말이다.
아이들 손에서 책을 멀리하는 게 소원이라면 그렇게 할 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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