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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수행평가

아이가

오랜만에 줄넘기를 했더니 허벅지가 아프단다.

학교 체육 시간에 줄넘기 두번 넘기를 평가한다고 해서 연습을 많이 했더니

그렇다는 것이다. 에이 그러게 좀 평소에 운동 좀 하지...-.-

 

가끔 늦은 시간에 공원이나 학교 운동장에서 배구공을 들고 있는 아이들이 많이

보이면 배구 리시브 수행평가 때문일 것이고

농구공으로 열심히 공을 집어 넣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아이들이 많을 때는 분명 농구 수행평가 시기인 것을 짐작할 수 있다.

 

 한번은 늦은 귀가 시간에

학교 운동장 한 구석 낮은 나무 담장 위로 허연것이 왔다갔다 하는 게 보여서

내가 헛 것을 본건가 하는 생각이 들어 가까이 가 보았더니

학생들이 뜀틀을 꺼내놓고는 그 늦은 시간에 뜀틀 넘기 연습을 하고 있는 것이다.

자정이 가까운데도 말이다.

분명 뜀틀 넘기 수행평가가 그 다음 날 있을 것이다.

수업끝나고 나서는 학원을 가야하니 그 늦은 시간에 연습할 수밖에

없는 아이들 신세가 처량하단 생각이 들었다.

 

또 한번은 일요일에 바람 쐴 겸 동네 학교 운동장에 나갔더니

농구대 앞에 회초리를 든 엄마가 자기 아이가 농구공으로 자유투 넣는 것을 지켜보면서

넌 지금 몇 번째 던지는 데 하나도 못 집어 넣느냐고 다그치고 있었다.

갑자기 뭔가 잘 못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농구형 평가를 한다면

농구 시합을 시켜놓고 경기중에 제 역할을 다했느냐는 것으로

평가를 해야하는데 체육 선생님 입장에서는

그걸 누가 객관적으로 인정을 해주지 않으니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농구공 10개 중 몇개를 넣느냐로

농구 수행평가를 할 수 밖에 없는 게 아닐까 싶다.

 

아이 특성에 따라서

조성원처럼 중거리 슛을 잘 넣는 아이도 있을테고

이상민처럼 경기를 조율하면서 송곳같은 어시스트를 하는 아이도 있을테고

키가 커서 서장훈처럼 골밑 슛을 잘하는 아이도 있을텐데

그저 자유투 잘 넣으면 점수가 좋은 것이다.

어쩌다 운이 좋아 잘 들어가면 다행이고

연습때는 잘 들어간 것이

막상 시험때 못 집어 넣으면 불행인 것이다.

 

비교적

평가하기 쉬울 거 같은 체육도 이런 상황인데

다른 과목 평가는 억지로 객관화시키기 위해 선생님들이

얼마나 많은 고생들을 할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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