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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긋기

영혼이 있는 승부

 

-.95년 9월부터 2년간은, 개인적인 휴식시간에는 시간을 전혀 투자 하지 않았다.늘 몸과 마음이 바빴고 시간은 부족했다. 때로는 너무 힘들어서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펜실베이니아 대학은 가을이 아름답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지금도 캠퍼스의 단풍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내가 수업에 들어간 강의실외의 학교 풍경도 선명하게 떠오르지 않는다. 당시 내 눈에 풍경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일 것 같은데, 학교 풍경이 제대로 눈에 들어온 것은 졸업할 무렵이 되어서였다. 대학원 공부를 마쳤을 때 나는 머리에 내재화된 경영학의 무게감을 느낄 겨를도 없이 그저 날아갈 것만 같았다. 마침내 지옥에서 벗어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창시절, 나는 굉장히 낙천주의자였고 방어기제가 발달한 탓에 위기상황에서도 퍽 느긋한 편에 속했다. 그런데 의과대학 조교시절부터는 일에 분명한 목적성이 생기면서 걱정이 점점 늘게 되었고, 경영자가 되면서부터는 아예 걱정을 안고 사는 사람이 되었다. 책임감은 무제한으로 커지는 데 반해 완벽을 기하는 성격과 남에게 피해 주는 것은 싫어하는 태도는 여전했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는 일이었다.1999년 말에 갑자기 전신에 두드러기가 난 적이 있었는데, 상태가 아주 심해서 병원에 갔더니 스트레스성 피부염이라고 했다. 그대 나는 자신이 한심하다는 생각부터 들었다. 이것도 못 이겨내고 CEO냐 싶었던 것이다.<안철수 ‘영혼이 있는 승부중에서’>


#안철수의 책이나 인터뷰 기사를 읽을 때 마다 느끼는 것은 이 사람은 어느 위치에 있어도 제대로 일을 할 사람이고 젊은이들 특히나 경영을 공부하는 사람은 꼭 안철수의 책을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바둑을 배우기 위해서 수십 권의 바둑책을 먼저 보고 그 다음에 바둑판에서 바둑을 두었다는 이야기에서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이기도 했다.

나의 경우는 무작정 판에서 두기부터 했는데 말이다.

바둑 두는 사람이면 누구나 한 두 권 정도의 바둑책을 보고 주로 실전에서 실력을 쌓는 게 대부분 일텐데... 과연 수십 권의 바둑책을 지루하게 어떻게 읽었을지 짐작이 가지 않는다.

그리고 안정된 의대교수를 물리치고 저런 지옥 같은 생활을 하면서 자신을 채찍질 해 간 걸보면 존경을 넘어 경외감까지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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