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물이든 개울물이든 땅위에서 솟은 물은 모두 바다로 잦아든다.
바다는 신음하는 물이든 경쾌한 물이든 어느 물이든 가리지 않고 가슴을 열어 그들을 맞는다.
바다로 가기 위해 물은 자기 몸을 한없이 낮추어야 함을 안다.
-.시인은 생존의 바다로 나갔던 배들이 돌아와 깃 드는 포구마을을 찾으며,
진짜는 우리 사회가 외형적인 거대함과 속도 경쟁에 휘말려 그 동안 잊고 있던 질문을 탐색한다.
시간이 지워간 밑자리. 세밀히 보지 않아 삶이 값싸진곳, 엄연한 있음이 없음으로 둔갑된 갖가지 편견들이 바로 그것이다.
-.파도가 흰 혀를 날름이면 사람들은 바람맞은 바다가 제 몸을 뒤척이나보다 하고 생각하지만,
곽재구 시인에게 그거은 깊어진 외로움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다가온다.
-.곽재구 시인의 포구기행이 지닌 소중한 미덕은
습관적 삶에서 잊고 살았던 우리의 다양한 내면적 자아를 발견하도록 한다는 점이다.
-유혹이 아닌 초대의 손길로...
-.저무는 것과 깃드는 것 사이에서 곽재구 시인은 우리의 포구마을에 겹겹이 쌓인 이야기를 찾으며,
이야기가 분출된 시간의 궤적을 되짚어나간다.
-.할머니는 일찍부터 몸에 소리신이 붙었다고 할 정도로 소리를 잘했다.
그런데 그런 할머니가 소리꾼으로 섬안을 돌아다니자 이를 싫어한 할아버지는 할머니의 입술을 돌로 내리쳤다.
시인은 바로 여기서 상식없음이 빚어내는 두려움을 읽어낸다.
<문학 평론가 최영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