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밀밭의 파수꾼
나는 그때 겨우 열세 살이었는데,
내가 차고의 유리를 모조리 박살내는 바람에 모두들 내게 정신분석인가 뭔가 하는 것을 받게 하려했다.
그렇다고 그들을 비난하려는 건 아니다. 정말 비난할 뜻은 없다.
동생이 죽던 날 밤 나는 차고 안에서 잤는데 주먹으로 창문을 모조리 때려 부쉈던 것이다.
특별한 이유가 있던 건 아니다. 그저 그러고 싶었을 뿐이다.
그 해 여름에 산 왜건 차의 유리까지 박살내려 했는데 내 손은 이미 형편없이 망가져 있었기 때문에 그럴 수가 없었다.
그런 짓을 하다니 참 어리석다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그때는 내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조차 의식하지 못했다.
내 동생 앨리를 모르니까 내 심정을 이해 못할 거다.
지금도 손이 쑤실 때가 있다. 비가 오든가 하는 날이면 그렇다.
그리고 나는 완전한 주먹 모양을 만들 수가 없다.
어차피 나는 외과 의사나 바이올린 연주자는 되고 싶지 않으니까.<JD샐린저의 파수꾼’에서 ‘호밀밭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