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극장가는 게 싫어졌다.
팝콘과 오징어의 유혹, 뒤에서 줄거리를 읊는 관객, 가는 동안의 교통 혼잡,
원하는 극장표를 사지 못할 가능성, 지루한 줄서기, 앞좌석의 커다란 머리통,
뒷좌석의 쾌적한 관람을 방해하는 내 신장과 머리통에 대한 죄책감, 휴대폰 소리,
부적잘한 냉난방, 연인들의 속삭임, 너무 좁은 앞뒤 간격, 구석자리에 앉게 될 가능성,
늦게 들어오는 사람, 화장실 가는 사람, 자막의 무수한 맞춤법 오류, 동행한 사람의 지난친 열광,
발치에서 굴러다니는 커피 캔, 원치 않는 사람들을 만나게 될 가능성,
갑자기 그 모든 것이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싫어졌다.<김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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