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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지

효재처럼

 

*.꿈자리 뒤숭숭하고 밖에서 하루 종일 안 좋은 일이 있었던 날,

냉장고를 열면 냉한 기운이 마음까지 시리다.

냉기 쏟아지는 냉장고 문을 열고 서러운 맘 달래며 잠깐 서 있다가“나는 고구려 여인이야”하면서

예쁜 공주님 밥그릇에 뜨거운 밥 한 그릇을 담는다. “지금부터 잘 먹고 잘 살아야지.”

한마디 하며 나 자신을 위로하는 것이다.

 참담하거나 쓸쓸한 날 텅 빈 집에 혼자 남겨졌을 때, 그럴 때 일수록 화려한 그릇에 밥을 먹는다.

그래서 화려한 밥그릇 하나 정도는 가지고 있어야 하는 법,

여자들은 밥 먹다가 전화 받는 일이 많은데, 먹다 남은 밥상을 보면 마치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그 순간을 대비해서  그릇하나도 특별한 것을 써야 한다.

 산속의 가을은 유독 쓸쓸하다.

 눈에 들어오는 것도 집 앞 억새풀뿐인 심란한 어느  날에는

깊이 넣어두었던 예쁜 그릇 꺼내 나 혼자 잔치를 벌인다.           [이효재 지음-<효재처럼>에서]

 

# 내생각 #

참 특이한 사고방식을 가지고 사는 여자인거 같다.

친정엄마가 “나중에 남편 등골 빼먹을 년”이라는 소리까지 들었다는 이야기를 읽고는

사람은 어쩌면 다 타고난 씨앗이 있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해본다.

그래서 ‘씨앗론’과 ‘백지론’사이에서 나는 ‘씨앗론’에 더 손을 들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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