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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지

젊은 날의 초상

 나는 형에게 보낸 편지에

우선 목적 없는 내 떠돌이 생활의 쓰라림과 서글픔을

은근하며 과장하고 속절없이 늘어만 가는 나이에 대한 초조와 불안을 숨김 없이 털어놓았다.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내 믿음과는 달리 정말로 그때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벌써 어른들처럼 머리를 길게 길러 넘기고 어른들의 옷을 입고, 술이며 담배같은 어른들의 악습과

심지어는 시시껄렁한 타락까지 흉내내고는 있었지만 나이로는 여전히 아이도 어른도 아니었으며

정규의 학교 과정을 밟지 않고 있었으나 또한 책과 지식과는 완전히 벗어난 생활도 아니어서

학생이랄 수도 건달이랄 수도 없었다.

 

 당시 내 깊은 우려 중의 하나는

이대로 가다가는 평균치의 사람조차 누리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는데

나는 그것도 솔직하게 썼다.

                                         <이문열 '젊은 날의 초상'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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