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또 다시 시드니로 떠나는 날이다.
여행자는 짐을 싸고 풀고 이리저리 오가는 걸 당연시 해야 하는 신분이다.
떠나는 날은 남은 식재료를 가능한 다 소비해야 하는 날이기도 하다.
삼겹살과 밥과 빵과 새우 넣은 찌게와 샐러드 등등
그래서 오늘 아침은 국적불명의 퓨전 짬뽕 식단이 되었다.
체크 아웃한 후 캐리어를 맡기고 나와서 페더레이션 광장에 세워진 크리스마스 트리를 보니
어제 미완성이었는데 완성되어 불도 깜빡이고 있었다. 우리나라도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느껴지고 있을까?
광장을 지나 NGV6(네셔널갤러리 V6)에 갔다가 KHT에서 전시 작품을 보았다.
나무껍질을 벗겨서 구운 것에 그린 그림이 인상적이었다.
나무의 느낌도 좋은데 나무 껍질이 열에 마르면서 약간 뒤틀린 느낌도 괜찮았다.
또 하나 인상적인 작품은 벽면에 크게 Don't Worry라고 씌여진 작품이었다.
제목과는 달리 가까이 다가가보니 작가가 어린 시절부터 겪었거나 보고 들은, 근심 걱정의 모든 것들이
부조로 정교하게 새겨져 있었다. 여행자의 신분으로 피상적으로 느껴진 평온함과 달리 정도 차이는 있지만
사람 사는 어느 곳이나 폭력, 불합리, 부조리, 근심 걱정은 존재하기 마련인 것이다.
전시 작품을 보다 창밖을 보니 비바람이 사납게 몰아치고 있었다.
떠나는 날의 날씨가 이러면 최악이지만 어쩔 수가 없다.
우린 비가 잠잠해지기 기다리며 전시물을 보았다.
헤어지면 입구에서 만나기로 하고 각자 보고 싶은 걸 보며 다녔다.
나는 나무 껍질에 그린 그림을 자세히 보고 싶어서 다시 갔다.
우리가 나올 무렵 다행히 밖에는 빗줄기도 가늘어지고 해가 날 것 같은 기미가 보였다.
강변의 사우스 뱅크 길을 걷다가 우동집이 보여 추위도 달랠 겸 우동을 사 먹었다.
먹고나니 한결 좋아졌다. 매일 밖에서만 보던 크라운 호텔에 들어가 보았다.
고풍스럽고 럭셔리한 느낌이 들었고 카지노도 있어 입구에는 돈 걱정은 말라는 듯 ATM기가 3대나 있었다.
돌아보고 있는데 로제와 부르노 마스의 듀엣곡 '아파트'노래가 들려왔다.
세상은 인터넷으로 다 연결되어 있어서 아무리 거리 상으로 멀고 멀어도 유행은 한순간 세상을 지배한다.
기차 시간이 되어 우린 캐리어를 끌고 나왔다. 이제 멜버른을 떠나 시드니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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