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퍼들의 천국에서 머무는 동안 우린 한번도 서핑은 커녕 바닷물에 몸을 담그지도 않고 떠난다.
서핑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아깝기 그지없는 시간이었을 것이다.
리조트 내 수영장에 두 번 간 것이 물에 들어간 것의 전부였다.
지난 도시를 이동할땐 기차를 이용했지만 이번엔 항공편이다. 자연스럽게 기차를 이용할 때와 비교된다.
빠르게 목적지 까지 우릴 데려다 주었지만 항공편을 이용할 땐 미리미리 도착해서 짐붙이고
게이트가 열리기를 기다리는 시간이 마냥 헛된 시간처럼 여겨졌다.
그리고 공항으로 오가는 별도의 교통편을 이용해야 한다는 점도 불편한 점이었다.
가보지 않은 길은 막상 가보면 역시 좋은 점과 나쁜점이 함께 하기 마련이다.
내가 가고 있는 이길도 그런 생각으로 조금은 객관화해서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골드코스트 공항에서 10시 55분에 탄 비행기는 우리를 2시 20분에 멜버른에 내려 주었다.
비행기에 내려서 아무 생각없이 짐을 찾으러 가보니 T4로가야하는 데 T3로 가고 있었다.
발길을 되돌려 가는 길은 길게 느껴지고 조금 짜증이 나는 순간이기도 하다.
스카이 버스를 타고 30분 가량 가서 내리니 역사 위에는 영화 글레디에이터2 광고가 장악하고 있었다.
골드코스트에선 한여름 같은 날씨였는데 이곳 멜버른은 마치 한겨울 같은 바람이 불었다.
멜버른은 하루에도 4계절이 존재한다고 할 정도로 날씨가 변덕스럽다더니 걱정스러웠다.
호텔에 짐을 맡기고 나와 이동하는 날이니 편하게 식당에서 먹기로 했다.
한국 음식점인 스파이시 코리아에 가서 뚝배기 불고기와 해물된장 찌게를 시켰다.
해물된장 찌게는 괜찮았는데 뚝배기 불고기는 너무너무 짜서 건더기만 건져 먹었다.
순둥순둥한 한국인 종업원 3명이 아니었으면 얼굴이 많이 찌푸려져서 나왔을 것이다.
그중 한 아이는 오늘이 알바 첫날이라고 하였다. 그래서 그런지 서빙하는 내내 티가 나서 우스웠다.
간단한 간식을 사 가지고 들어왔는데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다가 우리 방 호수를 잊어버렸다.
이동하는 날엔 몸도 머리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시 내려가서 물어보고 올라왔다.
첫날은 익숙하지 않고 몸도 피곤해서 실수도 잦고 안전사고의 위험도 높으니 조심해야 하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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