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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어느 날의 소묘

태풍의 뒷자락에 놓여서인지 하늘에선 어두운 색깔의 구름들이 빠르게 움직인다.

언제라도 비를 내릴 태세다.

들고 나가려던 스틱을 놓아두고 긴 우산을 들고 스틱 대신 집고 나섰다.

갑자기 비가 내려도 이상하지 않은 날이었다.

 

산 입구에서는 청소하는 소리가 들린다.

집안에서는 빨아들이는 청소기로 청소를 하지만 공원에서는 바람을 내뿜는 청소기를 사용한다.

관리원이 붕붕~~ 요란한 소리를 내며 내뿜는 청소기로 나뭇잎들을 데크길 밖으로 밀쳐 내고 있었다.

조용하게 앉아 쉬려는 사람들에겐 야속한 소음이지만 그들은 그들의 임무를 다하고 있는 것이다.

앉아서 쉬던 부부가 가까이 다가오는 청소기를 든 관리원을 제지하며 여긴 청소 안해도 된다는 손짓을 하였다.

청소기를 든 관리원이 머쓱해져 돌아섰다.

일하는 사람의 성실함과 소음 유발자 사이에서 난감해하는 것이다.

 

같은 행위를 보는 서로 다른 시각차를 느낄 수 있었다.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다른 것이라는 것.

세상의 모든 사람의 행위를 '옳다/그르다'로 판정키 힘든 경우가 얼마나 많을까?

모든 갈등 요소의 근본에는 상대방의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겠지?

 

충조평판 이라 했던가?

충고, 조언, 평가, 편단을 하지 않는 것이 인간 관계의 기본이라고 어디선가 읽은 기억이 난다.

나이든 사람들에게 하는 이야기였던 것 같기도 하다.

하는 수없이 충조평판 하려거든 당의를 바른 당의정처럼 완곡하게 해야 할 것이다.

 

바람이 불자 투두둑~ 하고 약한 가지와 상수리 나무 열매들이 떨어진다.

이미 가을 낙엽처럼 나뭇잎도 많이 떨어져 있었다.

 

공원에 있는 야외 배드민턴 장에선 여전히 배드민턴을 치고 있고,

개미들은 여전히 내 다리를 기어오르고 있었다.

 

내 옆에 노인 세 분은 아무 말없이 앉아 있는데 서로 아는 사이인지 모르는 사이인지

무표정한 얼굴에 거의 미동도 하지 않았다.

 

멀리 눈을 들어 우둠지에 시선을 두었다가 그 뒤의 하늘로 자연스럽게 시선이 옮겨 갔다.

짙은 구름, 옅은 구름이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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