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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슈가 캔디 마운틴

지난주에 이어 어제, 그제 .... 3번의 미술관 나들이를 했다.

비가 오락가락 하는날이 연이틀 계속된 날이다. 

북서울 미술관의 전시 작품 중 오늘은 순이지의 작품을 찬찬히 보기로......

 

이 긴 그림의 제목은 <슈가 캔디 마운틴>이다. 세부적인 장면 장면을 보면......

 

아마도 정치인인 것 같은 인물은 쓰레기통 위에 마이크를 놓고 연설을 하는데

거짓말을 하도 해서 코가 길어진 것으로 그려졌는데 듣는 사람은 오로지 카메라맨 뿐이다.

코앞에서 개가 다리 하나 들고 오줌을 내 깔기더라도 실제보다는 영상 속의 이미지가 더 중요한 세상이기에.....

 

두 명의 경찰은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에 관심이 없고 먹는 일에만 열중하고 있다.

열심히 큰 잠자리 채로 날아다니는 돈을 좇기 바쁜 노인도 보이고

 

 

좋은 사람은 죽은 사람 뿐이라는 의미심장한 글귀 옆에 해골이 매달려 있고, 분수대에는 돈을 숭배하는 사람들이...

 

 

캡틴 아메리카가 블랙 팬서를 죄수처럼 줄줄이 엮어서 가고 있는데 아마도 흑백 차별을 보여주는 듯

 

빨간 차에 그려진 말은 시원하게 달리고 있지만 실제의 말은 아스팔트 위에 지쳐 쓰러져 있다.

 

동물 우선 주의자들은 사람을 죽이고 동물은 죽이지 말라는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횡단보도를 건너는 노인과 어린아이의 대조적인 표정이 재밌다.

 

 

5명의 사람을 그리는 화가는 그들의 죽음 이후의 묘지를 그리고 있다. 그렇지.... 우리는 다 죽으러 가는 것이니....

한쪽에는 힘겹게 레고블록을 나르는 사람들

 

흑인이라는 이유만으로도 흑인 어린이는 경찰의 의심을 받고있고, 개로 묘사된 경찰은 거리에서 흘레붙고 있다.

 

주변에서 총격전이 벌어져도 제복을 입은 높은 양반들은 팡파레를 울리며 기념 사진을 찍기 바쁘다.

 

 

부조리한 세상에 던지는, 색조는 가볍고 밝으나 결코 속의 내용은 그리 가볍고 편치않은......

 

화가는 단순히 그림을 잘 그리는 스킬을 가진 단순한 숙련공이 되어서는 안된다.

그림 속에서 어떤 철학이나 의식이나 사회를 이끌어가고자 하는 그림을 보면 눈이 더 가게 된다.

순이지의 그림은 만평을 모아놓은 듯도 하고, 풍자와 아이러니와 해학이 들어 있다.

밝고 유쾌한 그림으로 보여지지만 우리 시대의 어두운 구석을 들추어 내고 있다.

 

순이지는 현실 세계의 아이러니를 포착해, 패러디, 차용, 재 조합한다.

유머를  최고의 미덕으로 여기면서도 지금, 여기 현실의 다양한 풍경과 사회정치적 이슈를

냉소적인 시선으로 들여다보는 태도를 보인다.

 

어두운 색조로 이루어졌다면 더욱 암울한 세상으로 비춰졌을 것이다.

아마도 화가는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무겁게 느끼지 말았으면 해서 일부러 밝은 색조로 쓴 것 같다.

그래서 현실의 부조리와 모순을 드러내는 것 같고 더욱 아이러니하게 느껴진다.

 

'슈가 캔디 마운틴'은 조지 오웰의 소설에 나오는 유토피아를 향하는 길을 뜻하고

궁극적으로 우리가 사는 지금의 현실에서 유토피아는 존재하지 않으며 디스토피아적인 이미지는

손쉽게 찾을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오로지 자기 욕망에만 충실하고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에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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