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프스에서 길을 잃으면 더 이상 알프스는 아니다.
그저 돌덩어리 많은 여느 산과 다를 바 없이 험할 뿐.....낭만은 존재하지 않는다.
리기산에서 천천히 내려가는 길
내려가다 보면 어디쯤엔가 케이블카 타는 곳이 있다하여 이따금 구글지도를 보며 간다.
오르내리는 산악 열차도 보이고, 소들도, 그리고 평탄하고 일부러 찾아갈 것 같은 길도, 낭만적인 집들도...
그런데 이상한 일이었다. 갈림길에서 왜 저 낭만적인 길로 안 가고 굳이 이 길로 가자고 하는 이유를...
우리 둘의 구글 지도는 서로 다른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
같은 목적지인 케이블카 타는 곳을 내 휴대폰 속 구글지도는 동쪽 방향으로 가라고 하고
마가렛의 구글지도는 서쪽으로 가라고 하니 '이게 무슨 일이지?'
그렇다고 온 길로 다시 되돌아가기에는 너무 멀리 왔고 길도 험했다.
저기 벤치가 있는 길로 올라가 보고 올게 하지만 낭떠러지 끝이고 누군가의 죽음을 애닲아 하는 글이 적힌 추모 벤치였다.
그러다가 우린 조금 전에 십자가의 길 14처가 있던 걸 생각했고 십자가의 길이 있는 길을 따라 가기로 했다.
마침내 첫번째 십자가의 길이 나타나고 포장된 길에서 고양이를 만나고 저만치 사람들도 있어 마음이 놓였다.
긴장이 풀리자 허벅지와 종아리의 근육이 뻐근한 걸 느낄 수 있었다.
"괜찮아?"
"응 ~ 힘든데 견딜만 해"
"그런데 왜 아까 좋은 길로 안 가고 이 길로 가자고 했어?"
"글쎄... 몰라 내가 왜 그랬는지... 다음부턴 말 잘 들을게~"
조금 올라가는 길이 있으면 "나 여기 앉아 있을게 혼자 다녀와~" 했었다.
무릎도 안 좋아 계단으로는 잘 가려고 하질 않고 숙소 선택의 첫번째 기준도 엘리베이터가 있는지 여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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