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를 타고 리기역으로 갔다.
오늘은 산악 열차나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갈 수 있는 리기산을 가기로 했다.
올라갈 때는 산악열차를 타고 내려 올때는 케이블 카를 타는 코스.
안 올라가고 여기서 쉬겠다고 해서 혼자 올라갔다.
내려가는 길에 산악 열차 안에서도 보았던 남매를 데리고 온 아빠가 앞서 걷고 있었다.
"여기 포장된 길이라고 했잖아~!!!" 딸이 울먹이며 소리를 질렀다.
멋지고 평화로운 풍경과는 어울리지 않는 소리였다.
아들은 못 들은 척 저만치 앞서가고 아빠는 딸 옆에서 어르며 달래고 있었다.
딸 아이가 투덜대는 소리에 몹시 속이 상할 것 같았다.
어떻게 해서든 이 스위스라는 나라를 보여주고 싶었을 아빠에게 중학생 정도 되어 보이는 딸아이는
올라오는 산악열차 안에서부터 심드렁하더니 마침내 본 마음을 드러낸 것이다.
보고 싶을 때 보여줄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으랴마는 그것이 어긋날 땐 옆에서 보기에도 안타까웠다.
오래전 파리의 오르셰 미술관에서 한국 엄마와 아들의 대화에서 받은 충격이 다시 우리의 머리에 떠 올랐다.
그때 미술관을 보여주며 "여기가 기차역을 개조한 미술관이야~" 엄마의 다정한 말 뒤의 고등학생정도의 아들이 소리쳤다.
"엄마~!!! 기차역을 미술관으로 개조했건, 식당으로 개조했건 난 관심없단 말이야~!!!"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가면 우리도 맘이 편치 않을 것 같아 조금 거리를 두며 천천히 내려갔다.
앞서가는 아빠의 쳐진 어깨의 배낭이 더욱 무겁게 느껴졌다. 잘 봉합되어 나머지 여행이 행복하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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