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또한 세상 모든 3년 차 커플이 겪는 일들을 똑같이 경험하고 있다. 치약을 어떻게 짜고 젖은 수건은 어디에 놓는지를 가지고 서로에게 잔소리를 하고, 약속 시간에 넉넉하게 나갈지 딱 맞춰 나갈지를 두고 의견 충돌을 한다. 그런 후에는 누가 먼저 미안하다고 하는지 보자며 기 싸움 하는 것도 여느 커플과 다르지 않다.
- 무엇보다도 우리 경험과 생각이 일기장 속의 '개인적인 자산'을 넘어 책이라는 '사회적 자산'으로서의 가치가 있는가를 묻고 또 물었다.
- 넘치는 것보다 약간 모자라는 것이 낫다는 게 우리의 공통된 생각이다.
이 관계의 여백과 과유불급의 마음가짐은 우리 결혼 생활의 가장 핵심 요소다. 가까이 하되 너무 가깝지는 않게, 충분히 마음 써주되 과하지는 않게 각자의 시간과 공간을 지켜주기
- 이런 우리도 계속 잘 지내려면 세상의 모든 커플처럼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인생의 목표나 가치관이 비슷한 것과 조화롭고 원만한 생활을 꾸려가는 건 전혀 별개라더니 우리라고 다를리 없다.
- 앞으로는 아플 때 의사와 자기한테만은 솔직하게 얘기하겠다는 확약을 받고 겨우 심문을 끝냈다. 휴유! 그래도 60년간 몸에 밴 습관인데 아무리 남편이지만 하루 아침에 고주알미주알 말하게 되진 않는다. 여전히 그는 긴 산행 후 하산 길에 내 무릎이 얼마나 아픈지, 1년에 한두 번 얼마나 끔찍한 편두통에 시달리는지 모른다. 약속을 지키기 싫어서가 아니라 아직 입이 잘 안 떨어져서다.
- 우리가 이렇게 '반반 내기'를 지키며 살수 있는 건 둘의 수입과 자산이 엇비슷하고, 공동 비용과 개인 비용을 투명하게 나누는 훈련이 돼 있을 뿐만 아니라 이 원칙이 우리 관계를 건강하게 유지시켜준다고 믿기 때문이다.
- 비야는 깨어 있는 시간에는 꿀벌처럼 한시도 쉬지 않고 뭔가를 한다. 반면 나는 틈틈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 혹은 아무 생각 없이 빈둥거리는 시간을 즐긴다.
- 그런데 요즘은 안톤의 '느긋한 시간 관리법'이 더 좋은 게 아닌가 생각한다. 시간 절약이란 미명 아래 아슬아슬하게 사는 나를 보면 어느 때는 나도 숨이 막힐 지경이니까.
- 혼자로도 충분하다는 자각, 혼자 서겠다는 각오, 혼자 버티고 견뎌내면서 마침내 혼자 해내는 힘이 있어야만 둘이 같이 있어도 좋은, 과일 칵테일식 결혼이 가능하다고 나는 믿는다.
- 결혼하니 오히려 내가 누구인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가 더욱 잘 보인다.
무엇을 타협하고 무엇을 포기해야 하는지도 점점 뚜렷해진다. 그래서일까, 결혼후에는 내 장단에 맞춰 춤추는 것 역시
점점 쉬워지고 있다. 예상치 못한 일이고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 심리학 관련 책에서 읽었는데, 이 혼자 있는 힘, 혹은 혼자 생각하는 힘은 일이 잘 될 때보다 엉키고 꼬일 때,
분하고 속상할 때, 깨지고 무너질 때 그래서 고민이 깊어지는 바로 그때 훨씬 깊고 단단해진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힘든 일을 당하면 '아 내 뿌리가 깊이 내려가는 시간이구나!' 생각한다.
- 고등학교 때 ....혼자 조용히 있는 친구들까지 억지로 끌어들이며 떠들썩하게 지냈다.
그렇게 해주는 게 좋은 줄 알았다. 혼자 있고 싶은 사람은 세상에 없다고 믿었으니까.
- 외부 밧줄이 모두 사라졌을 때 무엇으로 나를 지탱할 것인가?
외부 밧줄이란 흔히 말해 돈,외모,명예 권력 젊은 지위 아는 사람수 등일 거다.
- 정년 퇴임한 또래 중 높은 자리에 있던 친구들은 한동안 '내놓을 명함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커다란 상실감에 힘들어했다. 최근에 건강을 잃고, 외모도,사업도, 인간관계도 예전같지 않아 힘들어하는 친구들도 있다. 이 모든 것이 외부 밧줄이 끊어질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 '인도적 지원을 하는 사람들은 화재를 진압하는 소방 대원과 같다. 일단 불길을 잡고 사람을 살려야 한다.
그 일을 하다가 잘 가꾼 꽃밭을 망가뜨릴 수 있고 귀중한 도자기도 깨뜨릴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염려된다고 불 속에 있는 사람을 그대로 줄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러나 현실에서는 그 망가진 꽃밭과 깨진 도자기 때문에 말할 수 없이 많은 비난을 받아야 한다.
- 관심을 놓지 않으면서도 부담없이 대하는 것이 영원한 친구 관계를 지속하는 원천임을 배웠다. 또한 서로 한발 물러서야 할 때를 본능적으로 알 뿐만 아니라 서로를 믿고 존중하기 때문이다.
- 나는 나이들어서 까지 외국에서 이방인으로 살고 싶지 않다. 한국에서 한국말을 하고 한국 책을 읽고 한국 음식을 먹고 한국에 있는 가족과 친구들이랑 산과 들을 다니며 지내고 싶다. 안톤인들 그러고 싶지 않겠냐마는 다행히 그는 꼭 네덜란드에서 살지 않아도 되니 내가 살고 싶은 나라에서 살겠다고 한다. 게다가 자기는 네덜란드에 누나 한 분밖에 없지만 나는 가족들이 다 한국에 있으니 둘 중 한 명이 움직여야 한다면 자기가 한국에서 사는 게 합리적이란다.
- 신기하게도 유언장에 넣을 항목을 고려하다 보니 오히려 '그날이 오기 전까지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혹은
'어떻게 나이들 것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었다.
<함께 걸어갈 사람이 생겼습니다./ 한비야 . 안톤 공저 / 푸른숲>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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