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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너 개죽음 당하고 싶어?

저녁 식사를 하러 들어간 식당 안쪽 테이블에는 방금 들어온 듯한 부부가 앉았고

자리를 띄우고 가운데 쯤 우리가 앉았다. 우리 뒤를 이어 들어온 또 다른 부부가 입구 쪽에 앉았다.

그렇게 서로 모르는 세 부부가 띄엄띄엄 앉아 식사를 하며 조곤조곤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거리도 있지만 작은 소리라 서로 들리지 않는 소리로.....

 

그런데 잠시 후 우리 뒷쪽에서 큰 소리가 났다.

"너~개죽음 당하고 싶어?"

 

속으로 '아니~ 이런 곳에 와서 부부싸움을 하나?' 싶었다.

 "개죽음 당하고 싶어?"라는 말을 이야기 하는 도중에 무려 3~4번을 하는 것이었다.

워낙 소리도 크고 같은 말을 반복하다보니 어떤 스토리인지 알 수 있었다.

 

부부싸움을 하는 것은 아니었고, 자신이 후배인지, 동네 아는 동생인지가 까불어서(?)

"너~ 개죽음 당하고 싶어?" 했더니 깨갱하고 꼬리를 내리더라는 이야기였다.

일종의 무용담을 아내에게 침을 튀겨가며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는 중이었던 것이다.

간간이 아내의 소리가 들렸지만 워낙 작은 소리였고 일부러 신경써서 들으려 하지 않아

무슨 말인지 모르는 웅얼거림으로 들렸다. 아마 좀 작은 소리로 말하라고 한 건 아닐까?

 

어쨌거나 강자에겐 약하고 약자에겐 거칠고 무례한 찌질남의 전형처럼 여겨졌다. 

그에게는 이성과 논리는 존재하지 않고 약육강식의 동물의 세계만이 존재하나 보다.

사람들 앞에서 가오잡기(일본식 표현이지만 내 또래의 남자들은 이해가 갈 적확한 표현 같다)를 좋아하는

마초적인 남자의 표본일 것 같았다. 아마도 자신이 말한 무용담을 여기저기 가는 곳마다 이야기 할 것이다.

"너~ 개죽음 당하고 싶어?" 이 말의 효능감도 알았으니 전가의 보도처럼 약한 사람들을 윽박지를 때

어김없이 사용하리라 본다. 그리하여 더욱 더 많은 장소와 모임에서 이 자랑스런 무용담을 들려주지 못하는

이 코로나 상황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개죽음'이라니......천시하는 모든 것에 왜 날 갖다붙이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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