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년 전 쯤 학교 담장 허물기가 유행했었다.
당시 내가 근무했던 학교는 담장 아래에 텃밭 겸 화단이 보기좋게 자리하고 있었고
이런저런 것들을 재배하는 공간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담장을 허물면서 화단이 없어져서
출퇴근 할 때 꽃을 보는 즐거움이 사라져 내겐 무척 아쉬웠다.
그리고 그곳은 커다란 돌들로 쌓은 석축이 차지하게 되었다.
학교마다 필요와 형편에 맞게 하도록 했으면 어땠을까?
마치 유행처럼 담을 허물고 같은 모양의 석축을 쌓은 모습을 많은 학교에서 보게 되었다.
서울시 전체를 놓고 볼 때도 엄청 많았을 것이고 그에 따른 예산도 상당했을 것이다.
그런데 불과 얼마지나지 않아 학교 안에서 벌어진 아동 성폭력 사건으로
학교 출입을 통제한다며 허물었던 울타리를 다시 설치하고 학교마다 보안관까지 생겼다.
또다시 만만치 않은 예산이 들어갔음은 물론이다.
우린 단체장들이 새로 바뀌면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에
눈에 가시적으로 들어오는 일들을 벌이는 걸 종종 목격한다.
삐까뻔적한 건물을 돈을 많이 들여 짓는다든가, 관광객을 유치한다면서 요란스런 공사를 하기도 한다.
그런데 그것들이 시간이 지나고 나면 예산 낭비였음이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선출직인 경우도 지역을 위한 공약으로 경전철을 놓겠다. 공항을 건설하겠다. 등등
뭔가 우리 지역에 없던 것을 만들어 놓는다고 하면 지역민들은 일단 박수를 보내고 지지를 표한다.
그리고 그의 명함과 이력 칸에는 재임시의 치적으로 자랑스럽게 새겨넣는다.
지방도시에 가 보면 거의 이용하지 않는 잡초만 무성한 자전거 도로나
다른 건물이나 커진 나무들에 둘러싸여 있는지 조차 모르는 조형물들을 보면,
다른 지역에 하니 우리도 해야한다는 생각에 충분히 따지지도 않고 추진한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싹 다 갈아엎지 말고 그 지역의 역사와 과거의 흔적이 드러난 도시, 그곳에 가야지만 볼 수 있는 특색이 있는 장소,
그런 곳이 그립다. 그런 도시는 더 오래 생명력을 유지할 것 같다.
대부분의 관광지에 가보면 파는 물건들도 비슷비슷하고 음식점의 음식들도 별반 차이가 나지 않는다.
해외에 나가지 않더라도 서로 다른 그 도시만의 특색이 드러난다면 국내여행만으로도 여행의 만족감을 느낄 수 있을것이다. 진주나 강릉이나 인천이나 수원이나 특별한 한 두곳을 제외하면 각 도시의 모습은 별반 차이가 나지 않는다.
역설적이게도 아무것도 하지 않아 예산 낭비를 하지 않는 단체장에게 박수를 보내야 하는 것 아닐까?하는 생각까지 들 때가 있다. 어디서나 천편일률적인 모습만 볼 수밖에 없다는 건 조금 과장되게 말하면 끔찍한 일이다.
요즘에는 출렁다리가 유행인지 어디가나 쉽게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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