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을 둘러 보고 있노라니,
다른 사람들의 일상을 내다 볼 수 있는 창문이 있는 감옥이 가장 잔인한 감옥일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구나 나는 이렇게 갇혀 있는데 다른 사람들은 내가 이런 상태로 있는 걸 전혀 모른다면 더욱 말이다.
그런데 한 술 더떠서 특별히 잘못한 게 없는데도 불구하고 심문을 받고 고문을 받는다면 얼마나 끔찍한가.
바닥을 이루고 있는 건물의 작은 잔해들은 아마도 그 한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남영동 대공분실이나 이곳 안기부 6국이 있던 곳은
일반인들이 지나다니고 많은 차들이 다니는 일상의 공간이 인접해 있다.
우리의 일상의 공간, 바로 이웃에서 무서운 일들이 벌어졌다는 것이 더 끔찍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고문하고 심문한 사람들은 아무일도 없다는 듯 일상의 공간 속으로 들어갔을것이다.
하루 일과를 끝내고 자식들의 군것질 거리를 사 가지고 가는 평범한 가장의 모습으로......
나의 삶은 나의 삶이고, 다른 사람의 삶에 대한 공감이나 일말의 배려도 없던 사람들이 아닌가?
상부의 지시에 옳고 그름에 대한 의식이나 판단 없이 고분고분 수행한 것이 가져온 것들이
얼마나 끔찍한 일이 되는지에 대한 의식이 없어 가능했을 것이다. '악의 평범성'이란 말이 다시금 떠오른다.
나도 공분이 이는데,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정의로운 사람들의 심정은 어떨까?
피해 당사자들과 가족들의 찢어진 상처는 치유가 가능하려나?
그나마 이런 공간을 마련하고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예의가 아닐런지......
국치길이 시작되는 곳
1910년 대한제국이 일제에 국치를 당한 한국통감관저(국치터)가 있던 곳이고
거의 같은 위치에 5.16쿠데타 세력이 군사정변 직후 설치한 중앙정보부가 들어왔다.
권위주의 시대에 '남산'이란 말은 곧 '중정'을 뜻했고, 중정은 주권자인 국민을 감시하고 통제하며
국민 위에 군림하여 오래도록 고통스런 기억을 품고 있던 곳이다.
잊지말고 기억하자는 뜻으로 붉은 우체통 모양을 하고 있는 건물에 들어서면
당시 취조하던 취조실이 지하에 복원되어 있다.
벽에는 고통스런 증언자들의 증언이 일그러진 글자로 표현되어 효과음과 함께 흘러내려오고 있었다.
아무것도 모르고 들어갔다가 아무도 없는데 갑자기 들려오는 소리와 흘러내린 글자에 놀라 소름이 돋았다.
우체통 모양의 붉은 건물로 들어서서 내려다보면 이렇게 취조실을 그대로 복원해 놓았다.
기억6은 콘크리트 증언자.....
기억6은 중앙정보부, 안전기획부 6국 지하 취조실을 원자재 그대로
제 위치에 복원한 기억공간으로 '기억6'이란 '6국'이 있던 자리란 뜻이다.
지금은 '예장공원'으로 단장이 되어 있었다.
바로 곁으로 이렇게 일상의 공간이 펼쳐져 있는 곳이다.
바닥을 이루고 있는 건물의 작은 잔해들은 아마도 그 한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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