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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

나름대로의 전성기

노랑꽃창포가 한창이다.

그런데 이 장소에 꽃창포가 있었던가 싶다.

노랑 꽃이 피어올라오기 전까진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노란꽃창포 주변에 푸르른 것들은 얼마전까지 노란색으로 꽃을 피웠던 애기똥풀들이었다.

꽃이 지고 나니 이젠 노랑꽃창포의 훌륭한 배경 노릇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애기똥풀이 한창 노란꽃을 피웠을 당시에 아직 꽃을 피우지 못한 노랑꽃창포는 애기똥풀의 배경이었던 것이다.

 

길을 걷다보니 이번엔 노란 금계국이 눈에 들어온다.

역시나 금계국이 피기 전까진 금계국이 있는 줄도 몰랐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니 금계국 위로 짙은 녹음으로 금계국을 돋보이게 하는 것은? 바로 이른 봄의 개나리였다. 

이제 꽃이 다 지고 잎만이 무성한 개나리는 금계국의 훌륭한 배경이 되고 있었다.

이른 봄에 노란 개나리에만 눈을 주었지 그 아래 금계국엔 눈조차 가지 않았고, 아예 나의 의식 안에도 없었다.

 

하얀 찔레꽃도 꽃이 피기 전까지는 매번 지나가면서 있는 줄도 몰랐다.

이제서야 하얀 꽃을 피우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벗꽃이 흐드러지게 필 땐 당연히 환호하며 벗나무인줄 알았지만,

이제 자세히 다가가서 버찌가 있는걸 확인하기 전까지는 여러 나무들 사이에서 존재감도 없고 드러나지 않는다. 

 

이른봄 산에 가면 진달래가 꽃을 피워 그 존재감이 확실하다. 

하지만 지금은 진달래도 많은 수목 속에 함께 그저 그런 존재가 되었다.

다들 진달래와 개나리가 1등이라 부러워하지도 않고 그냥 기다리며 자기의 때에 맞춰서 꽃을 피우고 열매을 맺는다.

 

다들 자기의 전성기가 따로 있는 것이다.

 

꽃들은 이렇게 자기의 때를 알고 자기의 때가 아니면 다른 꽃들의 배경 노릇을 기꺼이 해준다.

그런데 나를 비롯한 인간들은 어디 그런가? 각기 가지고 있는 욕망으로 인해

항상 주인공이어야 하고 나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나의 배경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이 주인공이 되었을 때 기꺼이 박수를 치며 관객이 되어주어야 하는데 그랬던가?

 

다른 사람보다 앞서야 하고 뛰어넘어서야 하는 것이다.

내가 항상 무대의 주인공이 되어야 하고 다른 사람들은 나를 위한 기쁨조가 되어야 한다고 여겨온 듯 하다.

 

그래서 많은 선인들이 자연에서 배우라고 하지 않던가? 그 자연의 순리를.....

이상적인 이런 이야기들을 하루아침에 깨달을 수는 없는 일이니 그저 하루하루 깨어있는 삶을 살고, 절제하며 생활하는 것이 그나마 우리 보통의 인간들이 할 수 있는 일이려니.

 

 

흰꽃이 피기 전까진 존재감이 없었다.
자주 지나쳤지만 노랑꽃창포가 있는 줄은 이제서야...
금계국 뒤의 무성한 숲을 이루는 것은 꽃이지고 잎만 무성한 개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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