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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워킹 데드 다시 안 봐?

10여년 전

내가 자고 있으면 옆에선 워킹데드를 늦은 시각까지 보곤했다.

난 좀비물을 좋아하지도 않았지만 다음날 출근도 해야하기 때문에

멀리서 들려오는 좀비들의 괴성을 들으면서 잠을 청했다. 

일 년에 시즌 하나씩 올해 11시즌이 방영 예정이니 10년이 훌쩍 지났다. 

몇 개월 정도 보고 나면 다시 다음 시리즈까지 몇 개월 기다렸다가 보기를 10년이 지난 것이다.

시즌1은 6부작이었으나 점점 늘어서 시즌10은 22부작까지 만들 정도로 인기가 높은 시리즈물이다.

 

나는 퇴직하고 나서 이제서야 정신없이 몰아보기를 하고 있는데

옆에서 다시 보면서도 마치 처음 보는 듯 함께 보고 있다.

몇 편을 몰아보다가 쉬고 있으면 "워킹 데드 안 봐?"하면서 같이 보자고 꼬드긴다.

 

그들의 일상이 매일 매일 생존을 위한 투쟁이니 그동안 누리고 있었던 일상이 천국인 셈이다.

지금 코로나 상황이 계속되어 일상으로 굳어진다면 전에 우리가 누리던 것은

일상이 아니라 잠시동안 천국을 맛 본 것일지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워킹 데드를 보고 있노라니, 아라비안 나이트처럼 끝없이 이어지는 이야기가 생각난다.

‘천일야화(千一夜話)’ 사헤라자드가 끊임없이 이야기 하듯 사건은 계속 이어지고 다음이 궁금하여 계속 보게 된다.

 

끝없이 좀비와 싸우는 가운데 인간과도 갈등을 겪으면서 악전고투 생존을 위해 죽기살기로 싸운다.

그러다보니 인간의 가장 밑바닥의 모습이 보여지기도 한다.

 

잔인한 장면이 하도 많아 이젠 무덤덤해지기도 한다.

좀비와의 싸움은 그러려니 하는데, 같은 인간끼리의 싸움은 심정적으로 안타깝고 더 치열하다. 

보는 내내 긴장감이 들었다가 풀어지기를 반복하는데 마치 고무줄이 늘어났다 줄어들었다 하는 느낌이다.

그렇게 긴장과 이완을 반복하며 보았는데 시즌7에서 역대급으로 잔혹한 악인인 네간(제프리 딘 모건)이

등장하면서 고무줄이 끊어져 버린 느낌이다. 영화 <미나리>에도 출연한 글렌(스티든 연)이 임신한 아내 옆에서 철망을 두른 야구 방망이로 곤죽이 되듯 맞아 죽는 장면에서 도저히 더 이상 보지 못하고 멈추고 말았다.

 

소설이든, 영화든, 권선징악이 당연한 것으로 여겨온 내 생각이 송두리째 어긋난 느낌이다.

언젠가 마음이 진정이 되면 다시 볼 수 있을지 모르지만 아직은 아니다.

 

"아빠가 워킹 데드를 다 보다니.... 네간은 워낙 유명한 악인이라 게임에도 나와요."

 

 

 

네간 (제프리 딘 모건) - 잘 생긴외모에 실실 웃으면서 폭력을 즐기는 모습은 소름돋는다.

 

워킹 데드 시즌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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