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엔 작사가는 가수나 작곡가에 비해
날로(?) 먹는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 책을 보고 있노라니 그게 아닌 것 같다.
이미 만들어진 곡에 어느 가수가 부를 것이라는 예정된 곡에 붙이는 가사는
큰 노력의 결과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작권료로 1억을 받는다는 김이나의 작사법에서 밑줄 그은 부분이다.
- 나는 이전에 임재범 선생님이 불렀던 노래 속 캐릭터에서 힌트를 얻기로 했다.
아무래도 박정현과 듀엣으로 불렀던 <너를 위해>가 가장먼저 떠올랐다.
이 노래의 다음 가사는 나에게 임재범 선생님 그 자체로 기억돼 있었다.
내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과
그걸 지켜보던 너
그건 아마도 전쟁 같은 사랑
난 위험하니까 사랑하니까
너에게서 떠나줄 거야.
'전쟁 같은 사랑'이라는 표현은 희대의 가사가 아닐까 싶다.
나에게 영감이 된 이 가사를 쓴 채정은 선배님께 이 지면을 통해서나마 존경의 마음을 전한다.
- 기본적으로 내가 본 임재범 선생님의 표면적인 이미지에는 약간의 마초성이 있다.
또한 그 느낌이 매력적이라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 두사람(가인과 아유미) 사이에선 언제나 기분좋은 긴장감이 흘렀다.
이 둘은 서로에게 동경하는 부분들이 있고, 그래서 오히려 쉽게 친밀해지진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 소심한 사람들에게는 늘 시간이 부족하다.
내 온 마음을 말로 전할 시간은 좀처럼 주어지지 않으니까.
굵직한 이야기만 하면 이 사람이 내 본심을 다 몰라줄 것 같고,
그렇다고 세세한 파동들까지 다 말해주려 하는 건 상대에 대한 민폐다.
자고로 말이란 건 줄일수록 좋고 생각은 오래할수록 잘 익는 법.
하지만 생각이 다 익기 전에 말은 자꾸 튀어나오게 마련이다.
그러고는 괴로운 혼자만의 이불 하이킥 시간.
이것은 누구도 아닌 나의 이야기다.
좋게 말하면 '배려'이지만, 나쁘게 말하면 '착한 사람 콤플렉스'일 수 있다.
모두에게 사랑받고 싶은 욕심이 발현된 특성일 수도 있다.
딱히 장점도 단점도 아닌, 그냥 좀 쿨하지 못한 나의 여러 면 중 하나다.
그렇게 눈치를 많이 보고 소심한 일면을 극대화한 캐릭터의 이야기가 바로 아이유의 <좋은 날>이다.
- <아브리카다브라> 속 화자는
내가 만든 캐릭터 중 가장 성질이 나쁜 인물이라고 할 수 있지만,
모두의 마음 속에 한 번쯤 있었을 법한 캐릭터다. 대외적으로 드러내지 않는, 비밀로 남겨졌으면 하는 모습.
이 캐릭터는 자기가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부두술'까지도 마다하지 않는,
하지만 상대 앞에선 '쿨한 척'을 유지하는 교활하고 사악한 여자다.
하지만 연애사로 고통받으며 이성이 상실돼 있을 때,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싶을 만큼 바보 같은 일을 해본 적, 다들 한 번쯤 있지 않을까?
- 지금이야 상대가 누구였는지 기억도 안 나지만,
노래방에서 처연하게 이별의 발라드만 계속 부른 날을 기억한다.
심지어 눈물도 흘렸던 것 같다. 오 하느님.....(하이킥!)
이게 창피한 이유는 노래를 부르는 내 모습 때문이 아니다.
그 자리에 있던 내 친구들은 대체 얼마나 힘들었을까.
한 곡도 아니고 여러 곡을 연달아, 댄스곡으로 흥 좀 낼라지치면
내가 찬물을 끼얹고, 끼얹고.
그 기억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바로 다비치의 <한 사람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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