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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힐링의 댓가

언제 그랬느냐 싶게 감기 기운은 말끔하게 사라졌다.

아마도 콧바람을 충분히 들이켠 덕분일 것 같았다.

 

돌아가신 장모님께선 우리 여행 중에 통화를 할때면

"그래~ 사람은 가끔 콧바람을 쐬어줘야 해~" 하는 말을 하시곤 하셨다.

 

그래서 그런지 내 옆에 있는 장모님의 둘째 따님은

항상 바람이 가득차서 떠 다닌다. 그리곤 이따금 헛소리도 잘 한다.

 

이를테면

"폭설이 내려서 오도가도 못하고 갇히면 얼마나 낭만적일까?

우리 눈 펑펑 쏟아진다고 할 때 강원도에 가자~" 이런 소릴 하기도 한다.

누가 그랬던가. <여자는 60이 넘어서도 16살 때의 꿈을 꾼다>고.......

나까지 바람이 들었다면 우리 집안은 가관이었을 것이다.

'내가 중심을 잡고 있어서 우리 집안이 그나마 제대로 굴러간다?'고 하면

가소롭다는 듯이 비웃을 것이 틀림없다.

 

2박 3일을 작은 섬 안에서 지낸다면 다소 지루할 것 같았는데 순식간에 지나갔다.

배에 탄 승객은 달랑 우리 두 사람이었지만 우리와는 반대로 남이섬으로 향하는

배를 타려는 사람은 30여 명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배에서 내려 찾은 주차장의 차는 눈을 소복하게 이불처럼 덮고 있었다.

 

그때 전화가 왔다.

"손님 ~ 호텔방에 놓고 가신 물건이 있네요~"

어제 식사를 하면서 해물파전을 포장해 달라고 해서 락앤락에 담아

냉장고에 얌전하게 넣었두곤 깜빡 잊은 것이다.

죄송하지만 그냥 폐기하셔도 괜찮다고 하고 끊었다.

 

손도 안댄 것이 아깝다고 다시 배를 타고 갈 수는 없는일.

아마 포근한 눈속에서 힐링한 가격을 충분히 지불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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