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서 보고는 토끼라곤 전혀 생각치 않았다.
가까이 다가가도 도망칠 생각을 하지 않다가 한번 쓰다듬으려 더 다가가니 움찔 달아난다.
이 겨울에 마른 풀들을 오물거리며 먹고 있었다.
오래전 우리집 화단 한켠에 토끼장을 만들어 토끼를 키우던 생각이 났다.
토끼는 동네 아이들에게 큰 인기였다.
토끼를 잃은지 몇년이 지났어도 이따금 아파트 주민들이 물었다.
"참 여기 토끼 있었는데, 어디 갔어요?"
하지만 10년이 더 지나자 더 이상 토끼 이야기를 묻지 않는다.
생긴건 정말 이쁘고 귀엽게 생겼는데, 성질은 조금 고약했다.
철물점에서 고기 구워먹을 때 사용하는 철망을 12개 사다가 토끼집을 만들어 주었다.
화단 주위엔 동네 아이들이 토끼에게 준다고 잎들을 모조리 뜯어서 나무건 풀이건 남아나지를 않았었다.
<또로>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던 토끼.
지금처럼 겨울철이면 아이들과 동네분들이 토끼 얼어죽으면 어떡하느냐고 헌 옷가지들을 덮어주곤 했었다.
그냥 두어도 잘 견디는데.......
기온이 올라 마냥 걸을 수 있게 해주었고 몸도 개운해졌다.
가만히.....적혀 있는 난해한 문자를 해독 해본다.
겨울을 견디는 우리들만의 방법.....혹은,
내 삶의 끝.....그리고 어디로 와서 어디로 가는가,
그리고 또......우리가 내뱉은
"오길 잘 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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