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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

자신들만의 루틴

 야구 경기를 보다 보면 타석에 들어선 타자들의 저마다 다른 행동에 흥미가 간다.

롯데의 손아섭 선수는 타석에서 움직임이 거의 없다. 배트를 한 두번 움직일 법 한데도 한결같은 자세로 꼼짝하지 않는다. 반면에 덩치가 큰 한화의 김태균 선수는 장갑의 찍찍이를 풀렀다 조였다. 반복을 하며 타석에서도 기우뚱기우뚱 중심을 잡으려는 불안한 몸짓을 한다. 은퇴한 박한이 같은 선수는 꼭 헬맷을 벗어 안면을 문지르듯이 하며 다시 쓴다. 내 눈에는 도저히 제대로 된 타격을 할 것 같지 않은 서건창의 폼은 옹색하기 그지없어 보이지만 고타율을 자랑한다. 박병호는 투수와 기싸움을 하듯 배트를 투수 쪽으로 한 번 뻗고 나서 타격 자세를 취한다. 옳고 그름에 상관없이 서로 다른 개성있는 자세이지만 예를든 이 선수들은 리그를 대표하는 타자들이니 잘못된 자세라고 보기 힘들다.

 

 이렇듯 각자의 타석에서 그 선수만의 루틴이 있다. 어떤 선수는 심지어 그 같은 자신의 버릇에 대해 본인 조차 자신이 그런 동작을 하는 걸 잘 모르다는 것이다. 그만큼 무의식중에 나오는 동작이 많다. 아마도 극도의 긴장감에서 오는 자신만의 무의식적 해소법인지도 모른다.  평소에 하는 불필요해 보이는 그들의 동작을 코치들이 제재하면서 새로 개발한 일정한 루틴을 제시한다면 모르긴 몰라도 타율은 곤두박질 칠 것이다.

 

이런 루틴은 요즘처럼 갇혀사는 코로나 시대에 있어서 각자 개개인의 삶에 있어서도 필요한 것 같다.

 

이름하여 자신들만의 느슨한 루틴 만들기.

대신 부부간, 둘이 함께 하는 것과 나 혼자 하는 것과의 구분은 따로 정해야 할 것이다.

 

타이트하면 고무줄이 탄력을 잃고 끊어지듯, 에라 모르겠다 하며

작심삼일이 될지 모르니 느슨한 루틴이 필요하다.

 

넷플렉스 창업자들이 그들의 성공 요소 중 하나로 꼽고 있는 것이 구성원들 간의 느슨한 연대다.

부부간에, 부모 자식간에, 그리고 나 자신과 하루 일과 사이에도 필요한 것이 느슨한 연대가 아닐까?

 

자신이 만들어 놓은 루틴에 갇히지 말고 느슨한 실천이 중요할 것 같다.

날씨에 따라, 그날 컨디션에 따라 할 수도 있고, 다른 것으로 대체할 수도 있는 등의 느슨함.

 

느슨한 연대는 오래전 홍세화가 '나는 파리의 택시 운전사'에서 언급해서

아주 매력적으로 다가온 용어, '똘레랑스'와 상통한다.

 

허용하는 오차를 뜻하는 공학 용어에서 나왔다는 똘레랑스.

그리하여 ...... 관용(다른 사람에 대한 관용뿐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도 너그럽게 대하기),

서로 다름의 인정, 쫀쫀함과 강팍함에서 벗어난 여유를 갖는게 필요할 것 같다.

 

사족 - 그나저나 어제 LG의 역전패는 아직도 속을 쓰리게 한다.

 

박병호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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