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비가오네~
오늘은 어딜갈까? 나가기 직전에 하늘을 보고 결정하자.
대서양의 끝인 호갓곶을 가기로 하였다.
비도 오고 길도 좋지 않으니 멀미약을 먹고 버스를 탔다.
40여 분을 힘들게 가던 버스가 유라시아 대륙의 끝인 호갓곶에 내려주었다.
하지만 등대도 대륙의 끝을 표시하는 십자가도 안개에 가려 한치 앞도 보이지 않았다.
이리 저리 두리번 거리는데 희미하게 바다 쪽으로 십자가가 보이기 시작하더니
갑자기 하늘과 바다가 갈라지는 모습이 마치 아래 위로 무대가 열리는 듯한 광경이 펼쳐졌다.
순간 우린 와~!! 하고 탄성을 질렀다. 관람객을 위해 기다렸다는 듯이 안개가 걷힌 것이다.
여행 후 처음으로 다른 사람에게 우리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을 했다.
아무리 인증샷을 찍지 않더라도 대륙의 동쪽끝에서 대륙의 서쪽 끝으로 여행 온 인증샷 하나는 남겨야 할 것 같았다.
올라오려다가 우리 반대쪽도 가보자고 갔더니 십자가 왼쪽과는 또 다른 절벽이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 아슬아슬한 곳에 한 젊은이는 겁도 없이 오둑하니 앉아 있었다. 우리로서는 상상못할 행동이었다.
나에게 이 곳에서 한 시간동안 울고간 여자가 있었노라고
아주 오래 전 첫 해외 여행 때 들은 이야기라며 내게 이야기를 해 주었다.
그 여자는 이곳에 데려다 달라고 하더니, 바다를 바라 보고 한 시간동안 울기만 하다 일어서서는 아무 말없이 돌아섰단다.
아마도 동쪽 끝 우리나라에서 머나먼 서쪽 끝 이곳에 와서야 쏟았을 그 내면의 설움은 얼마나 크고 오랜 것이었을까?
어떤 것인지 모르지만 한 시간동안 이 머나먼 대륙의 끝자락에서
꽉 막혔던 것, 모두를 토해 낸 그 덕분에 씩씩하게 앞으로의 생을 잘 살아가고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호갓곶을 나와 버스를 타고 카시카이스 Cascaias로 가는 버스를 타고 가서 내렸다.
내려서는 안내소에서 지도를 받아 중요 지점 안내를 받고 길거리 탐방에 나섰다.
바닷가에 정박해 있는 요트들을 보고 있자니 바르셀로나 생각이 났다.
주변의 거리 모습과 주택들이 포루투칼의 다른 지역과 달리 고급 주택의 모습이었다.
카시카이스란 도시는 다른 곳에 비해 부유한 사람들이 많이 사는 곳이라고 하였다.
아주 오래 전에 세워졌을 것 같은 다리가 인상적이었다.
미술 전시를 하고 있는 곳에 들어갔더니 개인 작품 전시하는 곳이었는데, 우리가 관심을 보이자
남자가 하는 말이 자기 아내의 작품이라고 하면서 영어를 할 줄 안다면 그림 설명을 해주겠단다.
그림은 독특하고 멋지게 보였지만 살 것도 아니고 알아듣지도 못할 것 같았다.
붙어 있는 그림 가격이 수 백만 원대에 해당하는 가격이었다.
길거리엔 베고니아와 제라늄이 잘 자라고 있어서
지금 서울 우리집 화단에 있는 베고니아와 제라늄이 어떤 상태인지 궁금했다.
한 달이상 비워둘 집이 걱정되기도 했다.
Pingo doce 에서 점심을 먹고 쌀과 밀가루와 망고를 사서 배낭에 넣었다.
카시카이스cascaias에서 4시 10분에 출발 하였다.
우리 호갓곶에 날씨 괜찮으면 또 내리자. 오후에 호갓곶의 모습은 또 다르지 않을까?
한 번만 보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또 내려 호갓곶으로 갔다.
오전에 우리가 왔을 때처럼 비도 오지 않았고 곧 해지는 모습을 보려고 제법 사람들이 많이 모여들고 있었다.
하지만 바람이 아주 강하게 불었다. 날더러 절벽 가까이 가지 말라고 걱정 하길래,
"배낭에 방금 사서 넣은 쌀과 밀가루의 무게때문에 괜찮아." 하면서 호기롭게 웃었다.
그 순간 바람이 거칠게 불어서 나를 휘청거리게 만들었다.
옆에서 휘청거리는 날 보더니, 거보란듯 킥킥 거리며 웃었다.
역광으로 비추인 십자가를 사진에 담고 바람에 쫓기듯 버스 정거장으로 올라왔다.
버스를 탔는데 우리 뒤의 아주머니들 떠드는 소리가 몹시 컸다.
그런데 잠시 뒤에 하교한 중고등학생들 한 무리가 탔다.
음악도 크게 틀고 노래도 부르고, 박자에 맞춰 박수도 치고 춤도 추어서 일순간 버스 안이 왁자해졌다.
목소리 큰 아주머니들 소리는 묻혀 버렸다.
오래간만에 나도 일상으로 돌아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저 아이들 대부분이 중 2일거야 아마~~ㅎㅎ
카스카이스에서
호갓곶
'해외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포루투칼 - 호갓곶 (0) | 2019.12.11 |
---|---|
(여행 28일째 풍경) 포루투칼 - 호갓곶, 카스카이스 다녀온 날 (0) | 2019.12.10 |
포루투칼 - 신트라 페나성 (0) | 2019.12.10 |
포루투칼 - 신트라 무어성 (0) | 2019.12.10 |
(여행 27일째 풍경) 포루투칼 - 신트라 3일차 (0) | 2019.12.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