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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포루투칼 - 포루투 5일째

오늘도 비가 내린다.

1인당 10유로에 트램 2일권을 샀다.

트램을 탔는데 의자 등받이를 가는 방향에 따라 앞 뒤로 변경 시킬 수 있게 되어 있었다.

그것도 모르고 우린 무릎과 무릎 사이가 닿게 마주 앉아서 이렇게 의자 사이를 좁게 해놓을까?

궁금해 하고 있었는데 내 뒤의 할아버지가 내 등을 치면서 의자 등받이를 제쳐 주셨다.~ㅎ

 

트렘을 타고 가는 중에 거리의 사람들은 내가 트렘 사진을 찍었듯이 열심히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는다.

나도 그들을 향해 카메라를 들고 찍자 한 여행객이 손을 흔들어 주었다.

여행지에서는 서로가 기꺼이 피사체가 되어주는게 당연한 일로 여겨진다.

 

종점에서 트렘을 내리면 운전기사는 반대 방향으로 갈 채비를 한다.

밖으로 나와서 운전석 앞의 줄을 반대 방향으로 돌려 고정시키고 운전석을 바꾼다.

그리고 승객들 의자 등받이를 모두 반대로 제쳐 놓고 출발 준비를 한다.

 

무섭다고 못 건너겠다고 했던 동 루이스 1세 다리를 오늘은 한번 용기를 내 본단다.

내 팔을 잡고 다리를 부들거리는데 어줍잖은 보호자인 나도 의연한척 했지만 내려다보기 겁이 났다.

다리는 왜 이렇게 긴지, 겨우 다리를 건너고 나서 우린 비도 피하고 커피도 마실겸

카페에 들어갔더니 다른 곳보다 2배의 커피값을 받았다.

전망이 좋아서 일테지만 오늘같은 날은 비 때문에 거의 아래가 보이지도 않았다.

차를 마시고 강변으로 내려오며 히베리아 광장 쪽을 바라보며 사진을 찍었다.

빗줄기도 조금 가늘어졌다.

포루투에선 10월이 비수기라 여겨지지 않고 다음에 또 온다면 10월에 다시 찾고 싶은 생각도 들만큼 비도 운치를 더해 주었다.

와인 시음장과 보관 창고에는 커다란 와인들이 들어 있는 통들이 보관되어 있었지만 우린 구경만 하였다.

와인을 잘 모르고 술도 마시지 않으니 관심 사항이 아니다.

 

위쪽 다리와 달리 편안한 마음으로 아래 다리로 건너 1번 트렘을 타러 갔다.

트렘을 기다리는 동안 나는 가까운 성당에 들어갔다.

프란체스코 성당과 카타콤베가 있는 곳에 갔다.

성당은 무료이나 카타콤베는 입장료를 받았다. 성당만 들어갔다. 내려와 트렘을 탔다.

우리가 마지막으로 타는 바람에 운전석 바로 뒤에 서서 보며 가게 되었다.

오히려 앉아서 가는 것보다 창 밖을 보기가 더 좋았다.

트렘은 후진을 하지 못하니 다른 차들을 만나면 다른 차들이 후진해서 비켜주곤 한다.

속도도 우리 여행의 속도로 느릿느릿 가고 적당히 사진을 찍기에도 알맞았다.

당연히 교통수단이라기보다는 관광객용의 구실이 더 클 것이고, 승객 대부분이 관광객이었다.

 

강변을 따라 하류로 내려가서 바닷가에 까지 가는 트렘은 포루투 3개의 트렘중 가장 멀리 가는 트렘이다.

까르네이로 해변이 보이는 종점에서 내렸다.

바닷 바람이 아주 상큼하게 느껴진다.

시야가 확 트인 바다에 오니 강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파도가 몰아치고 바닷 바람이 불어온다. 대서양의 동쪽 끝이요. 유럽의 끝이다.

길을 막았음에도 사람들은 더 가까이 가까이 막은 길을 넘어서 등대를 향해 가고 있었다.

유라시아 대륙의 끝에서 대서양을 가까이 가 보고 싶은 마음이리라.

바닷가를 산책하며 나무들을 보는데 올리브 나무같기도 하고 아닌것도 같은 나무들이 멋진 가지들과 열매들, 꽃들을 달고 있었다.

 

다시 돌아오는 트렘을 타고 종점에서 내렸다.

트렘 한번 타는데 3.5유로이니 우린 벌써 본점을 다 뽑고도 남은 셈이다.

 

지나다니면서 항상 손님이 많았던 곳에 가서 점심을 먹었다.

히베이라 광장에서 살짝 올라 온 골목 안이라 관광객들보다는 현지인들이 더 많이 찾는 집이 아닐까 생각되었다.

기대 이상의 맛이었고 우리 둘 다 소식가라는게 아까운 생각이 들었다.

우리의 식사 양이 조금 많았다면 배가 늘어지도록 먹었을텐데.....

내가 좋아하는 감자와 밥을 남기다니 말이다.

둘 다 생선이 들어있는 요리인데 담백한 것이 대구 같았다. 평점 5점 만점에 4.8 정도 줄 수 있었다.

 

바칼라우 에이 브라다 (감자튀김 위에 삶은 생선을 올리고 그 위에 양념이 얹어져 있는 요리)- 12유로

필레떼 드 페스카타 (쌀밥 옆에 튀긴 생선을 놓은 요리)- 6.5유로

 

인생이란 길에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다면 지금이 오르막이 아닐까?

인생이 내 맘대로 되는 게 아니지만 욕심스럽게도 언제나 완만한 오르막이 오래 지속되기를 바라게 된다.

 

집에와서 잠시 쉬다가 다시나와서 트렘을 탔다. 다행히 비는 내리지 않았다.

22번 트렘을 타고 내려서 환승하는 곳에서 18번 트렘을 타고 창문을 열고 사진을 찍었다.

창 밖에서 불어오는 바람도 차지않고 시원하게 느껴졌다. 창을 열어도 민폐 끼칠 일은 없었다.

트렘을 내려 걷다가 본 렐루서점 앞에는 여전히 사람이 많았고 그 앞에서는 시위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그들은 누워서 시위를 하고 있었는데 들고 있는 글귀를 보아하니 노조관련 시위 같았다.

 

축구스타 호날두의 나라이지만 거리 광고판에 호날두의 사진이 많지 않은것을 보면

포루투칼의 기업들 중에서 비싼 광고료를 줄 기업이 많지 않아서 그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우리보다 2018년 기준으로 일인당 국민소득이 1만불 정도 적은 나라다.

하지만 우리보다 훨씬 정겨운 사람들 같았다.

우리가 1만불 소득이 늘어나는 동안 정은 오리온 쵸코파이에 빼앗긴 것처럼

포루투칼도 지금보다 1만불 소득이 늘어나서 지금 가지고 있는 정겨움이 없어진다면 그 상황을

기꺼이 받아들이려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돌아오는 길에 본 렐루 서점 앞에서는 여전히 시위를 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렐루 서점은 문을 닫을 시간이 다 되어서 이제 나오는 사람들만 보였다.

문 앞에서는 해리포터 역을 맡았던 배우 다니엘 래스 클리프를 닮은 소년이

영화 속의 복장을 하고 서 있는데 함께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많았다.

단순한 서점에서 이제는 상업성이 짙은 관광 코스가 되어 서점 본래의 기능은 없어진 느낌이 들었다.

입장료를 받는데도 불구하고 긴 줄로 기다리고 있으니

입장료도 없다면 단속하고 사람들 질서있게 입장시키기도 쉽지 않겠다하는 생각도 들었다.

 

포루투에 온 이후로 매일 지나다니는 집 앞의 길이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르게 보이고 낮에 다르고 밤에 다르게 보인다.

이렇게 보이는 건 여행자의 눈이어서 더 그럴 것이다.

 

길을 걷다가

3대 에그타르트 중 하나인 집을 찾아가서 배가 부르니 사 가지고 가서 먹자고 해서 사가지고 왔다.

배가 부르다니까 배가 부를 때 먹어도 맛있어야 진짜라고 강요해서 하는 수없이 먹었다.

역시 맛 있었고 엄지척!!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오늘은 저녁을 먹을 공간이 뱃속에 남아 있지 않아 저녁을 먹지 않기로 했다.

 

벌써 이번 여행의 반이나 지났어. 하루하루 가는게 너무 아쉬워 ~~

날더러 어떠냐고 묻는데 난 그 정도까지는 아니고, 다음 도시가 어떨까?하는 궁금증은 있다고 말했다.

나보다 훨씬 여행 중독임에 틀림없다.

 

훗날 포루투는 반전에 반전이 있는 여행지로 기억될 것 같다.

일주일 내내 비예보가 있어 설마 그러랴 싶었는데 실제로 오늘 닷새째 비가 내렸고,

그런데도 불구하고 좋은 여행지로 여겨지니 말이다.

 

 

와인 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