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시 현재 40% 비예보 확률인데 불구하고
하필 기차를 타고 리스본 을 떠나는 날인데 추적추적 비가 내린다.
즐겁게 떠난 여행 이지만 항상 즐거울 수는 없다.
여행도 인생과 같아 아이러니, 모순, 불규칙 바운드로 버무려진 것이다.
시계를 한 시간 잘못보는 바람에 불안하게 서두른다.
아니? 왜 이렇게 서둘러? 11시 기찬데...
내가 짜증섞인 말을 건넸다.
그제서야 시간을 한 시간 착각 했음을 알아내고 차분해졌다.
기차역에서 에스프레소 에그타르트 를 먹고 있는데
한 푼 달라고 손을 내미는 할아버지가 동전 한 잎 건네자마자 곧바로 가서 커피를 사서는 행복한듯 마시곤 사라졌다.
우리가 그 할아버지 에게 작은 행복을 선물한 것이다.
아니, 원래 그 행복은 그의 것이었을 것이다. 다만 내가 그가 가지고 있는 것을 확인 하였을 따름이다.
이곳 터미널 에서 먹은 에스프레소와 에그타르트 는 맛은 별로였다.
터미널이란 곳은 뜨내기 손님이 어쩔 수없이 찾는 경우가 많아서 그럴 것이다.
우리 옆의 중년 여성은 열심히 뭔가를 읽고 쓰고 밑줄을 긋는 모습이
주말을 집에서 보내고 월요일 출강을 위해 기차를 타려는 모습같아 보였다.
11시 30분 리스본을 출발 ~ 2시40분에 포루투 상 벤투역에 도착 예정이다.
독일 프랑크 푸르트 기차역에서 캐리어를 잃어버린 기억이 지금까지 따라 다닌다.
사람들이 기차에 올라 문이 열릴 때마다 눈이 캐리어를 향했다.
차창 밖 풍경은 내가 상상 할 틈을 주지않고 달렸다
북으로 달릴수록 가을이 깊어진 풍경을 보여주고, 올리브 나무와 키 작은 포도 나무들이 줄지어 지나갔다.
사람들이 많이 모여사는 곳에선 어김없이 하얀 벽에 붉은 지붕의 집들이 옹기종기 정답게 모여 있었다.
지루할 틈도 없이 상 벤투 역에 도착하였다.
커다란 벽을 푸른색 타일 그림으로 장식하고 있는 상 벤투 역을 더 보고 싶었지만 캐리어를 끌고 온 첫 날이니 눈으로만 둘러보았다.
숙소가 상 벤투역에서 그리 멀지않으니 지나다닐 때마다 쉽게 볼수 있을 것이다.
상벤투 역을 나와 우회전하여 경사진 길을 올라가야 했다.
비밀 번호를 눌러 현관을 열고 들어가서 계단을 올라 또다시 아파트의 비밀 번호를 눌러 방으로 들어왔다.
주인과는 전혀 대면도 하지않고 모든 게 이루어진 것이다.
"대면 보고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세요?"라고 말하던 박근혜 대통령의 말이 생각났다.
처음 문을 열었을 때의 낯선 방에 대한 기대감에 항상 두근 거리게 된다.
어쩌면 그 낯섦이 가져다주는 두근 거림에 항상 새로운 방은 실제보다 과장되게 좋아 보이곤 했고,
바로 직전의 리스본 숙소에 대한 불만이 더욱 그런 느낌이 들게 하였다.
바르셀로나에서 만난 두 여학생은 포루투보다 리스본이 좋고,
리스본보다 바르셀로나가 좋다고 했지만 난 그 반대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취향의 차이일 수도 있겠지만, 김화영 이 말하지 않았던가 '다른 곳'은 공간에 있어서의 미래라고.....
그렇다 나는, 우리는 쉽게 갈 수 없는 미래에 왔기 때문에 좋은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서로서로 낯선 다른 공간으로 떠나고 싶은 것이다.
잠시 쉬다가 밖으로 나왔다.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것 같았지만 우산을 들고 나오지는 않았다. 거리엔 사람들로 인산인해였다.
잠시 걷다가 비가 내리기 시작했지만 이내 잠잠해져서 집으로 향하다가 근처에서 정육점을 발견하고 들어갔다.
쇠고기와 달걀 10개에 5.37유로룰 주었다. 고기 3.77이고 달걀이 나머지 가격.
여기도 리스본과 마찬가지로 상점에 코르크 가방과 물고기 모양의 물건들이 많이 보였다.
오래 전부터 정어리를 소금에 절여서 보관하며 먹어와서 그런 것 같았다.
포루투칼 관련 서적의 표지도 물고기 그림이 그려져 있던 기억이 난다.
산 쇠고기의 반을 구워 먹었다. 아주 맛있지는 않지만 누린내가 전혀 나지않고
고기를 별반 좋아하지 않는 내가 내 몫을 남기지 않은것만으로도 중상 이상은 된다고 여겨도 되는 것이다.
그런데 소금과 식초외에는 다른 양념이 없다. 내일 식용유와 후추부터 사야겠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도시 포르토 에서 첫날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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