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남도에 상가가 있어 장례식장 가는 중에
고속도로를 달리는데 갑자기 교통 경찰차가 번쩍거리면서
우리가 탄 차를 막고는 갓길에 세우라는 신호를 보낸다.
영문을 몰라 세웠더니 번호판을 가리고 달리는 차가 있다는 신고가 들어왔단다.
차 앞 번호판이 비닐 푸대자루로 가려져 있었던 것이다.
운전하던 선배의 면허증 조회가 끝나고 나서야 우린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런데
바닥에 있던 비닐 푸대가 바람의 방향이 기가막히게 들어맞아서
솟아오른 후 정확하게 번호판을 가렸으니
정말 놀라운 확률이고, 험상궂은(?) 남자 4명이 타고 있으니 의심받기 딱 좋은 상황이었다.
번호판을 가린 푸대자루는 차의 달리는 속력 때문에
떨어지지 않고 계속 붙어서 갔던 것이다.
그리고 그런 번호판이 가려진 차를 신고한 것은
아마도 CCTV를 보고 있던 경찰이거나, 아니면 지나가던 다른 운전자의 신고였을 것이다.
CCTV라면 과학의 힘이요.
다른 사람의 신고라면 시민정신의 힘이다.
화성연쇄살인범을 찾아낸 것은 과학의 위대함이다.
한동안 우린 서로서로
운전하면서 겪었던 일을 화제 삼으며 갔다.
나도 신창원으로 의심을 받아 검문 하던 경찰이
내 차를 샅샅이 뒤진 적도 있었는데 생각할수록 쓴웃음이 나는 기억이다.
당사자는 억울한데
당자사 외의 90% 이상의 사람들이 죄가 있음에 틀림없다고 여기는 상황.
당사자는 속이 뒤집힐 상황임에 틀림없다.
그래서 범인을 놓치더라도
한 사람의 억울한 죄인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름하여 무죄추정의 원칙.
한 달간 온 나라를 들쑤시고, 지금도 진행 중인 일.
시간이 지나 지금의 현상을 되돌아보면서 어떤 생각들을 하려나.
나 자신의 생각이 세월이 지난 후에도 같으려나?
내가 초등학교 다니던 시절, 국어책에 나온
"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게 뭔지 아니? 망각이란다. 망각"
그땐 '망각'이란 말이 무슨 뜻인지 몰랐었다.
지금 생각하면 초등학생이 알기 쉽게 '망각'이란 낱말 대신
'잊어버리는 것'이라고 표현했으면 더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 모두 잊지말고 기억해서, 같은 잘못을 되풀이 하지 않았으면 싶다.
내가 잘못 생각했다면 나도 반성해야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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