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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어느 여름 한낮에

 

숲속에선 매미 소리가 요란스럽고 그악스러워 다른 모든 소리들을 집어 삼켰다.

그런데 계곡으로 내려서자 콸콸 쏟아지는 물소리들이 매미 소리를 삼켜버린다.

소리에서 조차 약육강식이 존재하는가.

 

물 속에 발을 담갔다.

물이 무릎 정도 되는 곳까지 들어갔다.

소리는 들리지 않고 차가운 물의 촉감만이 느껴졌다.

발 옆으로 작은 물고기들이 헤엄치고 지나 다닌다.

두 손을 넣어 잡으려고 집중하자니 시각만이 존재하는듯 하고

다른 감각은 저만치 물러난다.

 

몸 천냥이면 눈이 구백냥이라고 눈이 중요함은 말할 필요가 없다.

나도 그렇지만 대부분 즐긴다는 것이 주로 시각에 의존하는게 많은 것 같다.

 

책 보는 것, 컴퓨터를 들여다보는 것, 영화 보는 것, 관광하는 것 등을 보면 시각 위주가 아닌가.

 

아무튼

물고기는 내 손에 그리 쉽게 잡히지 않는다.

그러다 물속 돌멩이를 디디다가 기우뚱~~

다른 곳을 디뎠지만 몸의 중심을 잃고

허공에서 몇 번 양손을 휘휘 저으면서 균형을 잡으려다가

순간적으로 앞이나 뒤로 넘어지느니 그냥 주저 앉는게 가장 안전하다 싶어

풍덩 주저 앉았다. 누가 볼까 민망했다.

 

안경에도 물이 끼얹어져서 시야가 흐리다.

속옷까지 완전히 젖어 버렸다.

겨우 정신을 차리고 바위로 올라와 앉아 안경에 물기를 닦아 쓰고

흘깃 저만치 앉아 있는 유일무이한 목격자일 두 남녀를 곁눈질로 보았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그들은 내 쪽은 상관없이 그들의 애정행위에 여념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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