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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이른 아침

자전거를 타다가 그만 허리에 두른 벨트색에 들어 있던 휴대폰이 지퍼가 열리면서 떨어졌다.

10여미터 가서 자전거를 세워놓고 휴대폰이 떨이졌으리라 생각되는 곳에 갔더니 휴대폰이 보이지가 않았다.

자전거 도로 옆 풀숲으로 들어간 것이다.

아무리 찾아보아도 보이지가 않는다.


내가 휴대폰이 떨이진 곳이라고 예상한 지점을

잘못 생각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조금더 뒷쪽까지 뒤졌지만 보이지 않았다.


여름의 이른 해는 점점 더 올라오고 그에 따라 땀도 더욱 흘렀다.

빠르게 자전거를 타는 사람을 불러 세울수도 없고,

마침 운동을 하면서 지나가는 분께 사정 이야기를 말하자,

휴대폰을 가지고 나오지 않았다며, 안타깝다는 표정으로 오히려 내게 죄송하다고 말을 하였다.

그 다음 땀을 흘리며 지나가는 운동 중의 남자에게 염치없지만 도움을 청했다.

"아~ 전화걸어 드리면 되겠군요." 하면서 기꺼이 내 번호로 전화를 걸어주었다.

신호음을 들으며 찾아가 마침내 찾을 수 있었다.

머리를 여러번 조아리며 감사 인사를 드렸다.

"지퍼 잘 잠그세요~~ㅎㅎ"

 

나이가 들면서 흘리는 것이 점점 늘어난다.

언젠가는 지하철 안에서 그만 카드가 들어있는 작은 지갑을 흘리고도 몰랐다.

다행히 내리기 직전 옆에 있던 분이 주워주었다.

 

언젠가는 친구들과 산행을 끝내고 식사를 하고 나서는 스틱을 식당에 두고 나와

몇 시간이 지난 후에야 생각나서 찾으러 갔던 적도 있고,

또 언젠가는 친구들을 만나러 나가면서 5만원 권 지폐 하나를 넣고 나가서 현금으로 계산할까?

카드로 계산할까 하다가 카드로 계산을 했는데 집에 와보니 주머니 안에 5만원 짜리 지폐가 보이지 않는다.

어디선가 흘린 것이다. 현금으로 계산할 껄~~후회가 되었다.

 

비단 흘리는 것은 이런 것들 만이 아니라, 음식을 먹다가 흘려 옷에 묻히는 경우도 많아진 듯 하다.

이렇게 뭔가를 흘린다는 것은

점점 나이들어가면서 기억력도 떨어지고, 감각도 둔해진 탓일 것이다.

반면에 조금 더 삶의 지혜는 늘었을까?

 

남자가 흘리지 말아야 할 것은 눈물 만이 아니다.

요즘에야 보기 힘들지만, 한때 공중화장실 남자 소변기 위에 적혀 있곤 했던 글이다.

아무튼 나이가 들면서 점점 흘리는 것들이 많아진다.

 

옆에서 내가 뭔가를 흘리는 걸 본 친구는

휴대폰이나 지갑은 꼭 지퍼가 있는 주머니에 넣고 다닌다며 날더러도 꼭 그렇게 하라고 당부를 하였다.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밖으로 밖으로 한없이 뻗어 나간 촉수를

안으로 안으로 거둬들여서, 시간과 함께 지나가는 것들을 조용히 관조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멀고 깊은 바다까지 펼쳐 둔 그물을 어부들이 거둬들이는 것처럼.....

내가 거둬들인 그물 안에 보석까지는 아니더라도, 반짝이는 지혜의 사금파리 한 조각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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